일 년에 한번 모이는 국제구호기관 최고경영자 수양회가 지난 주간에 있었습니다. 국제구호기관 연합회인 인터액션의 이사회도 겸해서 모이는 날이라 아침 일찍 회의에 나갔습니다.

단연 최고의 관심사는 새로 들어오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원조 정책이었습니다. 포드재단에서 받은 50만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서 새로 만든 미국 정부의 대외 원조 정책 연구서를 받았습니다. 인수팀의 대외 원조 관련자들과 금요일에 만나서 전달할 내용으로서 대외 원조를 총괄하는 장관급 부서를 새로 만드는 것을 위시해서 비정부기구들의 의견을 정리한 정책건의서이기도 했습니다.

곧 각 회원단체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금년 들어서 기부금이 15% 이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회원 기관들 중에는 연 예산이 십억 달러를 넘는 단체도 있기 때문에 15%가 떨어진 것은 엄청난 충격입니다. 연말이 끼어 있는 4사분기에 나머지 기간보다 더 많은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이런 추세로 가면 금년 기부금이 30%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걱정을 나누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근황을 나누고 회의 의제를 다루면서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게 되었습니다. 회원 단체들이 각자의 예산에 따라 정해지는 회비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보니 내년도에 회원들의 재정 상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산을 심사하고 책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갑론을박을 거듭하던 중에 이사회 의장이신 세이브더칠드런 대표께서 던진 한 마디에 모두들 웃음을 터트리면서 결론을 지었습니다.

"Eat what you kill." 오래 전에 서부 개척 당시 익숙하게 사용하던 표현입니다. 몇 주일에 걸쳐 황야를 건너고 산을 넘는 여행을 하면서 마실 물과 먹을 음식을 가진 채 여행하기 어렵습니다. 대륙을 건너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게이트웨이라고 불리는 타운에서 집결합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 여행지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콘보이를 이루게 됩니다. 여행 콘보이가 구성되면 한 두 명의 전문 사냥꾼을 고용합니다. 여행을 시작하면 전문 사냥꾼들은 콘보이보다 일찍 일어나 앞서서 진행을 하면서 사냥을 합니다. 콘보이가 식사할 시간이 되면 도착할 장소에서 사냥물을 처리해서 식사할 준비를 해 줍니다.

사방 지평선만 보이는 미국의 중서부를 여러 날에 걸쳐 여행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서부 개척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마 어마한 양의 사냥물이 필요했습니다. 미국 중서부 평원에 수를 셀 수 없이 널려 있던 버펄로가 거의 멸종될 정도로 사라진 배경에는 개척 시대의 콘보이 식량 조달이라는 요인도 한 몫을 했습니다.

“잡은 것을 먹어라”는 표현은 거기서 나온 것입니다. 미리 식량을 준비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합니다. 그날 먹을 음식은 그날 잡아야 합니다. 그날 아무 것도 잡지 못하면 그 날은 굶어야 합니다. 결국 내년 예산은 미리 자금을 확보하거나 예상해서 운영하지 못하고 그 때 그 때 확보되는 자금대로 꾸려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사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 많은 원로 되시는 분이 던진 고풍스런 한 마디에 모두들 한바탕 웃고서 쉽게 예산을 통과시켰습니다.

우리 교회 내년도 예산도 “잡은 것을 먹어라”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전도 여행 떠나는 제자들에게 지팡이 외에는 양식이나 주머니나 돈 주머니나 돈이나 아무 것도 가지지 말고 심지어 신만 신고 옷도 두벌 가지지 말고 떠나라고 하신 대로 믿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되겠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의 낭만과 비전, 주님의 약속을 믿고 떠나는 순종의 특권을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