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주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깜깜해야 할 새벽 창이 부옇습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창에 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서인가 봅니다. 차 안에 들어가 시동을 거니 온도가 화씨 8도입니다. 별빛을 간간히 뿌려대는 새벽 하늘이 잘 얼린 빙판처럼 보입니다. 무디 방송의 ‘체감 온도가 화씨 0도를 밑돌고 있어요’라는 멘트가 하얀 김과 함께 제 귀에 내려 앉습니다.

마침 내린 눈 때문에 길마다, 집마다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이제야 제멋을 내고 있습니다. 드디어 시카고의 겨울이 예전의 위용을 갖추고 도착한 겁니다. 하나님께서 돌리는 시간의 굴레에서 빠져 나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동장군은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주변의 풍경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구촌이라는 화폭을 철마다 바꾸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신비롭기만 합니다.

얼마 전, 저희 교회에는 사랑을 가득 담은 돼지 저금통이 도착했습니다. 주변의 이웃을 돕기 위해 저희 성도들이 1년동안 모은 동전들이 가득합니다. 코를 비틀어 열어 몸을 흔들어 대면 동전들이 서로 먼저 나오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숫자로 남기고 은행 동전 계산기 안으로 딸각 딸각 사라져 가던 흰 녀석, 구리빛 녀석, 큰 녀석, 작은 녀석들 하나 하나가 성도님들의 따스한 마음으로 환산되어 제 마음에 담겨 왔습니다.

이제 그 숫자들이 선물로 환원될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빠나 엄마가 감옥에 있어 이 즐거운 성탄의 계절이 그저 우울하고 답답하기만 할 많은 아이들, 그 마음에 겨울보다 더 큰 추위가 담겨 있어 영혼이 오돌오돌 떨고 있을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몸과 마음을 녹여줄 그런 선물로 말입니다. 꽃보다 환한 미소를 담고 배달된 선물을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또 만지며, 추위를 잊을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보는 중 시카고 겨울의 체온이 내 마음에서 녹아내림을 느꼈습니다.

시카고의 추위보다 더 추운 경제 환경이 미국 전체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믿음의 성도들은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난로 삼아 훈훈한 겨울을 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