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1:26-38절을 묵상하며


2000년 전,
소외받던 변방 갈릴리의 작은 마을 나자렛,
거기 가난한 청년목수 요셉과 결혼을 약속한
한 처녀의 부푼 마음, 소박한 행복이
시간을 뛰어넘어 공간을 가로질러
생생한 오늘로 다가온다 느껴진다

아무도 시샘하지 않을 그 조촐한 행복
그래서 순진무구한 설렘으로 잠자리에 들었을
그 즈음 그 평온한 밤에
연약한 여인이 감내해 내기엔 너무 벅찬
비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누구도 삶을 예단하지 말라 했던가!

순식간 엉망이 되어버린 한 젊은 여인의 꿈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묻고도 싶지만,
가만보니 마리아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
그녀의 분위기가 결코 불행해 보이지만은 않더란 말이다
어디서 온 것일까?
그녀의 차분함과 단아함은….
무엇이었을까?
꼭 그녀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천사는 알고 있었다
은혜를 입고 사는 여인,
늘 주님을 모시고 사는 여인,
주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여인,
그녀는 이미 성령과 동침하고 있었고
그녀의 삶은 이미 ‘임마누엘’을 잉태하고 있었으니
하나님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으셨으리라....

임마누엘이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
내가 그분 안에, 그분이 내 안에 머무는 것!
오, 마리아!
소박하고 순진한 여인,
가녀린 그녀의 어느 구석에
이리도 풍성한 은총을 숨겨 두었을까?

천사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순명(順命)이 겁에 질린 허약한 순종이 아니요,
은밀한 면류관을 염두에 둔 계산된 복종도 아니었음을...
그녀의 것은 기꺼움으로 하나님께 드린 “예”였고,
하나님 아닌 것에 대한 단호한 “아니오”였음을...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순명(順命)이란
오직 하나님만을 따르겠다는 것!
하나님 아닌 것은 결코 따르지 않겠다는 것!
오, 마리아!
곱고 참한 여인,
단아한 그녀의 어느 구석에
이리도 서릿발 같은 순종의 카리스마가 있었을까?

아기 예수의 탄생은
한 여인의 임마누엘을 통해 예비 되었다
그리고 단호한 순명을 통해 시작 되었다
2008년 오늘,
우리 삶의 자리에 다시 오실 예수님은
어떤 가난한 영혼을 통해 임마누엘로 잉태되실까?
어느 겸손하고 단호한 순명자(順命者)를 통해
새로운 기적을 시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