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은 제 20회 국제 에이즈의 날이었습니다. 그날 부시 대통령과 로라 부시 영부인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 급히 이메일로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릭 워렌 목사님이 에이즈의 날을 맞아 대통령에게 첫 번째 평화 메달을 수여하는 자리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행사장에 가서 티켓을 받고 들어 가 보니 약 200명 정도 들어갈 작은 강당에 가장 앞 줄 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주었습니다. 친구 목사님들 세 분과 함께 다섯 명이 앞자리에 자리 잡았습니다. 씨스팬에 생중계 되는 가운데 1 시간에 걸쳐서 대통령과 영부인, 그리고 릭 워렌 목사와 케이 워렌 사모님이 좌담회를 가지고 평화 메달을 수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취임식 같은 곳에서 먼 발치에서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몇 걸음 앞에 앉은 대통령을 한 시간 동안 지켜 보면서 진솔한 대화를 들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대담의 내용은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긴급 계획”이라는 의미의 PEPFAR 프로그램의 성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911 사태가 터진 후 전세계 곳곳에서 가난, 질병, 독재를 제거하지 않으면 미국의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믿고 대대적으로 시작한 대외 원조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바로 PEPFAR입니다. 그 동안 엔지오 계통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할 때 거의 모든 국제 구호 단체들이 대통령이 직접 추진하는 PEPFAR 와 연계되어 에이즈 퇴치 운동을 하는 것을 보아 왔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주도하여 시작한 PEPFAR 프로그램의 성과는 놀랍습니다. 5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약을 먹는 사람들이 5만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PEPFAR 프로그램과 직접 연결된 에이즈 퇴치 운동의 결과로 약 1000만 명이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산모에게 항 HIV 약을 투여해서 태어나는 아이는 에이즈 바이러스 없이 태어나게 한 케이스도 25만 명이 넘습니다.

한 시간 동안 종종 지극히 개인적이고 친밀한 대화를 들으면서 마음에 깊이 와 닿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그리고 임기 말의 경제 위기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부시 대통령 때문에 생명을 건진 1000만 명의 생명들은 부시 대통령을 전혀 다른 종류의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2 줄 뒤에 대통령의 두 딸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부모를 따라 에이즈 환자들을 만나 본 후 그들은 에이즈 퇴치에 뛰어들어 8개월 이상을 아프리카 현장에서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정치적인 계산과 의도를 넘어서 온 가족이 함께 헌신한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또 한편 수도에서 벌어진 수많은 정치적인 행사와 국제 구호 관련 생사들 중에서도 목사가 주도하여 대통령에게 상을 주고 목사들이 모여서 축하해 주는 행사가 디씨 한 복판에서 열렸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워렌 목사님은 목회하는 목사들을 가장 상석에 앉히려고 일부러 지역 목사들을 초청해서 가장 앞자리에 배정했다고 합니다.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가는 골리앗 같은 재앙들을 해결할 길은 교회가 나서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오래간만에 디씨 한 복판에서 큰 감동을 체험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