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엔 늦은 밤 시간 다운타운에 나갔습니다. 대학에 있는 민지, 민희를 동시에 데려오기 위해서였습니다. 먼저 민희가 있는 기숙사에 들렀습니다. “기숙사가 텅 비었겠네?” 하고 묻자 그렇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기숙사를 빠져 나가려고 종종거렸을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이젠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갔습니다.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차들로 역 주변이 혼잡스러웠습니다. 저녁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 서버브 지역으로 빠져나가 도넛 형상을 만드는 도심이 사람들로 꽉찬 겁니다. 막 도착한 듯 짐을 들고 눈을 바쁘게 굴리고 있는 사람들, 꽁무니에 빨간 정지등을 켜고 성탄절 장신구처럼 나란히 줄지어선 차량들, 그 중간에서 교통을 정리하는 유니폼 입은 사람들… 바쁘지만 그 안에 훈훈함을 담고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훈훈함의 원인은 고향, 식구들, 집, 친구들이겠지요? 먼 길 앰트랙을 타고 달려온 민지의 지친 얼굴에도 함박웃음꽃이 훈훈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감사절 기간 다운타운의 귀향 풍경을 보면서 성도들의 신앙 여정을 떠올렸습니다.

이 땅의 성도들은 모두 다 여행자들입니다. 육신의 장막을 지니고 세상이라는 광야를 매일 걷고 있습니다. 광야 곳곳에는 어려움과 유혹의 함정과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들에 수없이 빠지고 걸려 넘어지기도 하지만 성도들은 결코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황소걸음을 내딛습니다. 아버지 하나님의 배려로 우리의 손에 지도(성경)가 들려 있고, 곁에는 믿을 수 있는 가이드(성령님)의 동행이 있어섭니다. 지도와 가이드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여행엔 분명한 목적지가 있음을 방증합니다. 바로 성부와 성자가 계신 본향입니다.

이곳을 향한 기대와 소망이 분명한 성도들의 걸음에는 힘과 건강미가 넘쳐납니다. 또한 여행은 기분좋은 동행이 있을 때 기쁨이 배가 되는 법입니다. 본향의 종착역에 도착해 서로 부둥켜 안고 기쁨으로 눈물 흘릴 감동의 그날까지, 한분 낙오없이 한결같이 좋은 동행으로 함께 여행하는 삶이 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