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 전에 온 가족이 펜실베니아 쪽으로 휴가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명소들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에 화이트워터래프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에 흐르는 급류를 따라 내려가는 스포츠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뛸 듯이 좋아하면서 예약된 날을 기다렸습니다.

숙소 직원들이 서비스가 좋은 회사를 소개해 줘서 전화로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할 때 아이들이 아직도 어렸기 때문에 다양한 난이도 중에서 당연히 가장 쉬운 코스를 골랐습니다. 여러 가지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만 아이들은 강물타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예약된 날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차로 강가를 향했습니다. 장구를 받아 입고 두르고 기본적인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함께 떠날 일행들과 몇 척의 보트에 나눠 타고 떠났습니다. 처음 해 보는 래프팅에 설레는 모습으로 아이들도 보트에 올라타고 신나게 노를 젓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하류의 목표지에 도착할 때까지 서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결국 그 때 했던 래프팅은 기대와 달리 힘들고 지겨운 기억만 남겨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힘들까봐 가장 쉬운 코스를 택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생각보다 물살이 빠르지 않았습니다. 빠른 물살을 타는 롤러코스터 같은 체험을 기대했지만 군데군데 있는 큰 바위 같은 장애물 곁을 지날 때를 제외하고 완만하게 흐르는 강물이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노를 젓지 않으면 보트가 앞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흐르는 강줄기였습니다. 물살을 타기 보다는 보트에 타고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흐르는 것 같지도 않은 강물 위에서 노를 젓느라고 힘들기만 했습니다.

당시 처음 해보는 래프팅을 통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쉬운 선택이 오히려 더 힘든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잔잔하고 평탄한 길이 잠시는 편할지 몰라도 오히려 더욱 더 힘든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우들 중에서 잔잔하고 평탄한 물길을 타다가 갑자기 급물결을 만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강 문제, 직장에서 해고되는 경우, 가게 렌트를 내지도 못할 정도로 매상이 떨어지는 경우, 프로젝트 종료가 눈 앞에 다가왔는데 다음 일을 찾지 못하는 경우, 한국에서 더 이상 생활비나 학비를 보태주지 못하는 상황 등등 순식간에 잔잔한 강물이 급물결로 변하는 때를 만납니다.

급물결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빨리 지나서 내려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포감을 줄 정도로 급히 떨어지는 물결을 타면서 막막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어쩌면 평탄하고 잔잔한 물결을 탈 때의 어려움보다 나을지도 모릅니다.

멀리 디트로이트나 뉴욕에서 들려오는 흉흉한 소식들이 점점 가까이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급류를 타는 동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한꺼번에 속히 끝나고 곧 잔잔한 물결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교우들을 위한 기도를 올려 봅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들이 둘러 앉아 감사의 기도를 올릴 때 현재의 급물결이 속히 즐거움의 추억으로 바뀌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