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들판을 건너 와 저의 마음에 하나님의 풍족함을 가득 안겨 주었던 가을은 잠시지만 언제나 집 밖을 나서게 되면 저의 눈 속에 가득히 머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정겹던 가을이 기러기 울음소리와 함께 떠났습니다. 가을이 떠나자 숲속의 나무들도 화려하게 차려입고 뽐내던 패션쇼의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나무들은 그 화려했던 옷으로 두툼하고 고운 이불을 만들어 겨울잠을 자야 할 대지를 포근하게 덮어주고 있습니다. 분명히 대지는 그 따뜻한 이불을 덮고 한 잠을 자고 난 후 새봄이 오면 생명의 기지개를 키며 일어날 것입니다. 특별 새벽 부흥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자연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조화에 제 마음이 젖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잣말로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그렇지요!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렇게 신비로운 우주만물을 만드셨지요, 그리고 저도 창조하셨지요, 그리고 무조건 사랑하시지요......”

우리 미국의 새 대통령이 숨 가쁘게 달려온 오랜 경선 끝에 마침내 결정되었습니다. ‘변화'를 외치던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선되었습니다. 우리는 바락 오바마 당선자의 멋진 당선연설에 열광했습니다. 이제 온 세계가 바락 오바마의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별히 미국의 주력 산업인 금융 산업이 무너지면서 불어 닥친 엄청난 불황의 문제를 그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말로는 큰 희망이 보인다고 합니다만 사람들의 속심을 볼 수 있는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서 모두가 속심으로까지 희망을 가지고 있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코로 숨 쉬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겠죠?

저는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질 때면 언제나 하나님의 아버지의 신비로운 능력이 저의 지성을 넘어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와 새 평안을 창조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도 기억납니다. “들의 백합화를 보라.. 하나님이 입히시지 않느냐?”, “공중의 새를 보라... 하나님이 먹이시지 않느냐?”..... 그리고 계절이 바뀜을 느낄 때마다 또 하나 저에게 나타나는 현상은 저의 생각이 어릴 적 고향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금년에는 김재호 시, 이수인 곡의 <고향의 노래>를 대우 합창단의 노래로 들으며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 /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 아 이제는 한적한 빈들에 서보라 /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지면 별은 멀어도 / 산 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에 / 봄이오면 가지마다 꽃잔치 흥겨우리 / 아 이제는 손모아 눈을 감으라 /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사랑하는 성도님 여러분, 금번 겨울에는 어느 때보다 더욱 삭막한 바람이 예상되는 군요. 하지만 하나님의 신비로운 조화가 함께 하셔서 이런 참 행복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대낮 같이 밝은 전기불이 아닌, 한 방안에서도 가까이 마주앉아서야 얼굴을 분명하게 볼 수 있던 꽃등불 밑에서 오순도순 나눈 행복, 편리하고 화려한 도시의 큰 거실과 여러 개의 화장실이 딸린 편리한 큰 집이 아닌 산골짝 깊은 골 초가집에서 피어나던 사랑, 싸리문 위에 소복이 쌓이는 함박눈의 평화 말입니다.

글/ 시카고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김광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