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사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는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사상 최초 여성 부통령이든,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든, 역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대통령이든, 그 어떤 경우에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미국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국의 운명은 미국 자신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의 책임은 그만큼 무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하면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며, 잘 못 하면 ‘역적’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 한 표뿐이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What Would Jesus Do?)라는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예수님이 공화당원이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민주당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보수적 가치를 옹호하는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돌보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안다면 민주당에 표를 던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미국 기독교인들 가운데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공화당에 가깝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민주당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 가운데 오신다면 어느 편을 드실까? 먼저, 그분이 영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관심하실 뿐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해입니다. “믿는 것은 곧 정치다”라고 단언했던 신학자 요더(John Yoder)의 말대로, 영적인 차원은 정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포함하고 초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영적인 차원을 두고 씨름하는 사람은 정치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 사회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separation of the church and the state)를 금과옥조처럼 지키려고 힘쓰지만, 이 말은 교회가 정치로부터 관심을 떼라는 뜻이 아닙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시각’을 가지고 현실 정치를 보고 참여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 사회에는 여러 당파가 있었습니다. 사두개파는 오늘의 공화당에 가깝고, 바리새파는 민주당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폭력 혁명으로 사회를 바꾸려 했던 열심당도 있었고, 현실을 떠나 수도원적인 생활을 추구하던 에쎄네 파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당파들 가운데 그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그분 자신의 길을 가셨고, 그 길에서 다른 당파들을 비판하셨습니다. 오늘날 예수께서 우리 사회에 오신다 해도 그럴 것입니다. 그분은 공화당에도, 민주당에도, 혹은 녹색당에도 속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오는 화요일에 투표하신다면, 당신 판단에 가장 적합하다 판단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시겠지만, 정작 그분의 관심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있기보다는 대통령 선거 후에 이 나라가 어찌될 것인지에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두고 기도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