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를 처음 수련하는 이들이 어느 정도의 초보단계 수련을 마친 후 기초 기술 훈련 과정을 시작하게 되면 이어서 상대방과 함께 하는 대련(스파링)을 하게 되는데 대개 이때가 되면 수련생들은 그 동안 자기가 습득한 기술들을 한껏 발휘하려고 죽도를 잡는 손목에서부터 온 몸에 힘을 잔뜩 넣고 연습에 임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가르치는 사범들이 수련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힘 빼라!” 죽도를 잡은 손목도 힘을 빼고, 어깨에도 힘 주지 말고 칼 휘두를 때,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갈 때, 힘을 빼라! 힘 빼라!

아마 이런 훈련 과정은 비단 검도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목의 스포츠에서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수영을 처음배우는 이들에게 수영 코치들이 목청 높여 소리 지르는 말도 “몸에서 힘을 빼고 물에다가 자기 몸을 맡겨라! 그래야 뜬다!”입니다.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질 않고 오히려 물에 들어가면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 물에 뜨기는커녕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물먹은 경험이 아마 수영을 배운 분들은 모두 있을 겁니다.

골프를 배울 때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 기초를 익히고 필드에 나가서 스윙을 하게 되면 잘 치려고 하는 의욕 때문에 의례히 손목과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고 스윙은 무거워지는 것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그때마다 먼저 골프를 배운 선배들이 하는 말, “힘 빼세요. 골프는 힘 빼기 3년입니다” 아마 이런 충고(?)를 몇 차례 듣지 않고 골프를 잘 치신 분이라면 서둘러 프로로 전향하시기 바랍니다.

힘 빼기!. 운동은 물론 신앙생활에서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힘 빼기가 왜 그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몰라서도 아니고, 이해하기 힘든 것도 아니고, 힘이 모자라니 힘을 더 주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을 그냥 빼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그렇게 어렵습니다. 힘 빼라는 소리를 들을 때는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 힘 빼기가 막상 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힘이 들어가 버리고 맙니다.

지난 주간에 오랜만에 잔디를 깎았습니다. 우리 집 잔디 깎는 기계(Lawnmower)가 사용한지가 오래되서인지 그만 고장이 나 얼마 동안 깍지 못하다가 수리해서 깎는데 그날따라 힘이 많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얼마 동안 운동을 못했더니 몸의 근육이 많이 굳어져서 그런가싶기도 하고, 또 하도 오랜만에 깎으니까 그 동안 잔디가 많이 자라서 깎기가 어려워 힘이 더 드나보다 싶었는데 불현듯 4월에 제가 잔디를 깎다가 쓴 칼럼이 생각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4월, 제가 집에서 잔디를 깎다가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나눈 칼럼을 기억하시는지요? 전동 잔디 깎는 기계(제초기:Powered Lawnmower)로 잔디를 깎으면서도 힘이 들었던 이야기 말입니다, 동력을 이용해서 바퀴를 움직여 주는 소위 파워 제초기는 힘주어 밀 필요 없이 그냥 기계를 작동시키고는 방향만 바르게 잡아주면 제초기가 자동으로 앞으로 움직이며 잔디를 깎아 주는데 저는 그 제초기가 움직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않고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밀고 다녔기 때문에 힘이 들었다구요. 그래서 걸음을 의도적으로 한 템포 늦추어 제초기 속도에 맞추었더니 아주 쉽게 잔디를 깎을 수 있게 되었다구요. 결국 제가 잔디를 깎으면서 힘이 들었던 것은 제가 제초기 속도보다 조금씩 앞서 가다 보니 자동으로 작동이 되는 제초기를 힘주어 밀게 되고 그로 인해 들지 않아도 될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잔디를 깎는데 힘이 든 게 또 제가 그 제초기를 힘주어 밀고 다녔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초기를 밀고 다니지 말고 제초기가 움직이는 대로 그 속도에 맞춰 따라가면 된다고 그렇게 깨닫고는 또 밀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제초기를 끄고 무엇이 문제인가? 왜 자꾸 힘이 들어가나? 어떻게 하면 제초기의 속도를 앞지르지 않고 따라 갈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문제는 제 힘에 있었습니다. 제게 제초기를 밀고 다닐 수 있는 힘이 있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제초기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지 않고 한 손으로만 잡아봤습니다. 그랬더니 한 손으로는 제초기를 밀만한 충분한 힘이 안 되고 그냥 손잡이를 잡고만 있게 되자, 그때서야 제초기가 움직이는 대로 따르게 되었습니다. 양손으로는 제초기를 밀만한 힘이 있어서 그 힘을 빼야 제초기가 움직이는 대로 따르게 되는데, 밀만한 힘이 안 되는 한 손으로 잡으니까 힘을 뺄 필요도 없이 그냥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제게 힘이 있는 게 문제였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힘 빼기가 힘들고,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힘 빼기가 힘이 드는 것은 우리에게 힘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힘없는 이들을 불러서 당신의 사역을 맡기시나 봅니다. 힘 있는 사람은 가진 힘 빼기를 힘들어 하니까 아마도 아예 힘이 없어 그대로 당신을 붙잡고만 있는, 힘이 없어 힘을 뺄 필요가 없는 이들을 오히려 좋아하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