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에는 한꺼번에 두 개의 놀랄 소식을 접했습니다. 미 상원에서 구제 금융안을 저녁 늦게 통과 시켰다는 소식과 한국에서 유명 연예인으로 한류를 접한 수많은 나라에서 사랑 받고 있던 최진실 씨가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미국의 금융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 지난 주말에 재무성과 의회가 가까스로 합의한 구제안이 월요일 하원의 투표에서 부결되자 미국 전국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 7000억 달러의 구제안이 발표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분노하면서 법안에 반대를 표시했습니다. 고도의 금융 기법이 동원되어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툭하면 연말에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 잔치를 벌이던 뉴욕의 돈 장사들에게 대한 분노가 터진 것입니다. 그러나 월요일에 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듯이 하원이 구제 금융안을 부결시키자 시민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사이에 수많은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기업인들이 구제 법안 부결의 충격을 느꼈던 것입니다. 대도시 마다 눈에 띄게 식당의 매출이 떨어 졌습니다. 정상적인 은행의 거래마저 며칠 씩 늦어지면서 전 같지 않게 자금의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비록 부자들의 돈 잔치의 뒷감당으로 치던 일이 시민 개개인의 생활에 직결된다고 느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세금을 늘리거나 대규모 지출을 늘릴 때 늘 상원보다는 하원이 앞장서던 관례를 깨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던 하원을 제치고 상원이 먼저 법안을 통과 시켰습니다. 사흘 동안 마음을 졸이고 있던 전 세계 금융계가 한 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몇 시간 차이로 한국에서 최진실 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 졌습니다. 최근에 빚 독촉 때문에 자살한 동료 연예인에게 최진실 씨도 돈을 빌려 주고 독촉을 했다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주장과 그에 관련되는 악플에 시달리다가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이라고 일단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빚에 시달리는 사람이 느끼는 정신적인 압박은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악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수 없이 자살의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면 근거 없는 비난거리를 가지고 극심한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인신공격을 처음 당해 보는 사람에게도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질 듯합니다. 특별히 자살의 충동은 전염성이 있어서 앞서 자살한 사람이 사용한 자살이라는 문제 해결이 무척 바람직해 보이기도 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에 아무런 징후를 발견하지 못해도 자살의 충동에 의지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에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급보에 따르면 최진실 씨도 새벽에 약 2시간 사이에 자살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긴 것 같습니다. 특히 사업을 처음 해보면서 당한 일이거나 처음으로 무자비한 인신공격을 당하는 경우라면 감당하기가 더 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최진실 씨는 최근 이혼 후에 이모를 따라 강남 중앙침례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신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고 합니다. 신앙을 발견하고 믿음으로 새 출발하려는 젊은 엄마의 자살이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사업상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한 연예인의 고통이 점점 더 큰 파도를 일으켜 또 다른 유명인의 허망한 자살로 이끌었습니다. 멀리 뉴욕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금융 회사의 도산이 파도에 이어 더 큰 파도를 만들어 개인과 가정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신문은 리먼 브러더스가 부도로 무너지는 바람에 경기도 안산시의 도시 재개발 사업이 중단 된 것을 보도하면서 뉴욕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안산에서 한숨 쉬게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생의 작은 뱃전에 삼각 파도가 몰려오는 듯합니다. 청명했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먼 바다에서 벌어진 풍파가 어느덧 올로 버티기 어려운 인생에 피할 수 없는 풍랑으로 다가 옵니다. 그럴 때 더욱 더 강해 져야 하겠습니다. 사랑의 빚을 진 사람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면서 버텨야 합니다. 그럴 때 일수록 더욱 더 믿음에 의지하여 소망을 붙잡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