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은 아주 바쁘고 분주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자녀들의 개학으로 인해 부모들이 같이 바빠졌고, 멀리 린츠버그까지 심방을 다녀와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주일 설교를 준비하며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했지만 어느 곳에 가든지 은혜를 경험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전주에 저는 설교 중에 ‘하나님의 경륜’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경륜’이란 말이 미국 이민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단어 인듯합니다. 그렇다고 이 단어가 아주 어려운 단어는 아닙니다. 이 말은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들을 조직하시고, 운영하신다’는 말로 풀이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government’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좋습니다. 왜 세삼스레 지난 주 다룬 말씀의 한 부분을 다시 꺼내는가 하면 지난 한 주간이 정말 ‘하나님의 경륜’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를 섬기시는 전도사님이 학업문제로 멀리 린츠버그로 이사를 했습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긴 가야겠는데 가깝지 않은 거리라 성도들을 모시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몇 분의 집사님들이 함께 가셨는데 때 마침 태풍이 두 개나 몰아 닥쳤습니다.

집사님 한 분이 약 4시간을 운전해 오셔서 예배를 마치고 다시 가야 한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갖은 말로 ‘함께 밤을 보내고, 아침에 가자’고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결국 집사님은 늦은 자정이 다되어 출발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전화를 드렸더니 어제 밤 비로 인해 새로 공사했던 집 한 부분에 물이 차서 집이 수영장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 때’라도 오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뻔 했다는 것입니다. 어제 밤 늦게 출발하는 집사님을 못내 아쉬워하고, 원망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비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으셨을 집사님께 또 도우시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또 한 번의 은혜를 경험합니다. 목사에게 가장 큰 기쁨이 있다고 하면 양육하는 성도들의 믿음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함께 차를 타고 오시던 집사님 한 분이 차 안에서 통화를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늘이 ‘계모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곳에 집사님이 안 계시니 시간들을 조정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내일 오전에 하자’는 말이 나온 듯 합니다. 집사님의 입에서 ‘내일 오전은 안돼, 주일이잖아, 나 교회가야 해’라고 또박 또박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운전하며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확 풀렸는지 모릅니다.

이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리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계모임’이라는 것이 어떤 목적을 놓고 서로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이는 자리니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자리일 텐데 말입니다. 그러더니 결국 집사님에게 좋은 시간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하나님이 승리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안수집사님이 되신 분이 하신 오래된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공직에 있다 보니 자주 손님들과 만나고 대접을 받는데, 가장 많이 가는 자리가 술자리고 주는 선물도 술 선물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아예 대 놓고 ‘나 교회 다니고 안수집사다’ 말하고 다닌 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술을 권하더니 이제는 아예 그런 말도 없고, 그런 선물도 없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오히려 더 좋은 선물 주더라는 겁니다. 그 말씀이 운전 도중에 생각이 나며 웃었습니다.

이분들은 참 신앙 생활이 뭔가를 아는 분들입니다. 성경에 보면 눅12장에 예수님이 친히 하신 말씀 중에 ‘너희가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라’고 가르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너희는 나의 친구니 세상의 어떤 것도 두려워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두려워 할 것’을 보여 주시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상을 살며 가장 두려운 마음으로 지키고 살아야 할 것이 바로 주님이심을 가르쳐 주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을 모시고 믿으면서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고, 끌려 다니는 삶을 삽니다. 얼마나 갈 거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할 것을 지키고 또박, 또박 대하면 세상이 우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내 인생에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때들을 만들어 가십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까지 말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어디 가든, 무엇을 대하든 진짜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 합시다. 또박, 또박 용기 있게 예수님을 인정합시다. 나머지는 우리 주님이 책임져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