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운동이 전환기를 맞은 지금, 한국교회는 제자와 제자도 그리고 제자 훈련에 대한 이해를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합니다.”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풀러신학교의 박기호 교수(선교대학원 한국어학부 원장)가 20여 년 간 놀라운 결실을 이룬 한국교회의 선교운동이 중요한 전환기를 맞아 제자와 제자도, 제자 훈련에 대한 폭넓고 균형 잡힌 견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자와 제자도, 제자 훈련은 반드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것과 관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2008 선교한국 대회 주제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박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선교 열정과 자원을 가지고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복음화의 큰 진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세계 복음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일부 선교사들이 “개인의 명예와 야망을 앞세우거나 건축, 땅 구입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중대형 프로젝트 위주의 사역, 독자적, 경쟁적 사역 등을 해 온 것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15년 간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1996년 풀러신학교에 부임하면서 40여 국가의 선교지를 방문해 선교사들을 재교육 해 온 그는 “실력 있고 헌신적인 한국 선교사들이 세계 각국에서 사역하고 있다”며 “이들이 보다 역동적이고 재생산적인 사역을 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제한된 선교 인력과 물적 자원으로 교단 신학교 등을 세우며 독자적, 경쟁적으로 사역하고 서양 선교사들과도 잘 협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그는 “많은 교회나 선교단체들이 제자와 제자도, 제자 훈련에 관심을 가지고 훈련해 왔으나 흔히들 개인의 경건 함양과 교회, 선교단체 부흥 및 성장의 수단 정도로 이해해 왔기 때문이다”며 지금부터라도 선교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 교수는 “제자와 제자도, 제자 훈련은 선교와 관련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관련되는 것”이라며 “아브라함과 모세, 욥, 다니엘 등 성경의 인물들과 같이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을 위해 희생하고 양보할 줄 아는 참 제자를 훈련하여 사회 전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선교지 중복 투자에 의한 ‘고비용 저효율 선교’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현지교회는 되도록 현지인에게 맡기고 서구 선교사의 사역과 중복되지 않도록 현지에 정말 필요한 사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는 선교지 연구를 해야 하며 현지인과 서구 선교사의 필요를 채워줄 ‘은사’를 가진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파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사들도 현지인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만 하는 우월주의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 현지인과 서로 주고 받는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무력에 의한 이슬람 선교로 반감 초래
이제는 희생과 양보로 예수님 사랑 전해야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에 대해 박 교수는 “과거에는 무력에 의한 이슬람 선교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과 부작용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희생과 양보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며 이슬람 선교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기독교가 조화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면 환영한다고 말한다”면서 “이슬람권이나 공산권, 힌두권 등 창의적 접근지역에서는 거부감을 주는 ‘선교사’(missionary)라는 용어 대신 ‘피스메이커’(peacemaker)나 ‘우호적 동역자’(fraternal worker) 등을 사용하면서 사역자들이 사회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교운동의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우선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과 믿음 안에서 신앙이 든든히 서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할 것”을 요청했다. 또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자신의 독특한 은사를 발견해 각 분야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기호 교수는 총신대학교에서 기독교철학을 전공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아세아연합신학연구원에서 선교학을 전공했다. 이후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에서 선교학, 문화학을 전공하여 문학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GMS 파송 선교사로 15년 간 필리핀에서 교회 개척과 필리핀장로회신학대에서 지도자 양성 사역으로 헌신해 왔다.

1996년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에 아시아선교학 부교수로 부임한 그는 선교 대국인 한국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한국어학부를 만들어 현재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아시아선교연구소 소장, 아시아인선교학회 회장, 동서선교연구개발원 원장, 크리스천투데이 미국지사인 기독일보 편집고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관련기사-
풀러신학교 박기호 교수, 본사 방문해 임직원들 격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