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이번 주간은 “은혜의 지경을 넓히는 주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살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여상(如常), 즉, 언제나 동일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큰 하나님의 축복이요 은혜임인데도 불구하고, 여상하게 생활을 하다보면 그것을 은혜로 셈하기보다는 오히려 무료하다거나 지루하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러한 여상을 넘는 은혜를 경험하는 주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지난 주간은 그 바램의 덕(?)을 톡톡히 맛본 날들이었습니다.

지난주일 오후에 우리 교회 볼리비아선교팀이 오랫동안 기도하며 준비해서 현지로 출발을 했습니다. 주일 오후 교회에서 여러 교우들의 사랑의 환송을 받고 서둘러 공항에 도착을 해서 복잡한 탑승 절차를 그런대로 잘 마치고 비행기 표를 받으니 탑승 시간이 예정보다 약 40분 늦게 표시가 되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검색대를 지나 탑승구에 가서 출발시간을 다시 확인했더니 비행기가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한다는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후에는 2시간이 늦어진다고 하더니, 한 시간쯤 기다리자니 이번에는 다시 3시간 늦게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3시간이 지연되면 마이애미 공항에서 볼리비아 행 연결 비행기를 탑승할 수가 없어서 해결사(?)인 신목사가 그보다 좀 일찍 떠나는 비행기 편으로 바꿔서 출발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 편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 편으로는 마이애미에서 볼리비아행 비행기로 갈아탈 시간이 거의 없어서 직원에게 연결편 비행기를 좀 기다리게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우리가 보는 앞에서 전화로 요청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이애미 공항에서 우리와 함께 가기 위해 기다리는 남부후로리다교회 장목사님 에게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가오는데도 탑승을 하라는 방송이 나오지를 않더니 얼마 후, 예정된 비행기가 고장 나서 다른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방송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다른 비행기에 탑승을 했더니 이번에는 비행기가 출발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기내 방송이 나오는데, 아직 음료수를 공급하는 회사에서 음료수를 가져 오지 못해서 그것을 기다렸다가 실어야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5시 45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는 거의 4시간을 연발하였고, 마이애미 착륙과 함께 마이애미에서부터 함께 가는 남부후로리다교회 장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그 시간에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는 게이트를 떠나 이륙하려고 활주로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비행기를 놓친 것이었습니다.

비행기 결함으로 연결편 비행기를 놓친 우리 일행은 다음 비행기 편을 알아보니 볼리비아행 비행기는 하루에 한편밖에 없어서 다음날 같은 시간에 떠나는 비행기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음날 떠나려고 예약을 해달라고 했더니 담당 직원은 비행기 편마다 만원이라 우리 일행 9명이 한꺼번에 같은 비행기 편으로 가려면 일주일을 기다려도 갈수 없다고 하면서, 다음 날 떠나는 비행기 편으로 2-3명 떠나고, 다른 사람들은 다시 그 다음날 2-3명, 그리고 그 다음날 2-3명 이렇게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도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담당 슈퍼바이저를 불러서 항의와 부탁을 새벽 2시가 되도록 했지만 3명만 다음날 비행기로 떠날 수 있고 나머지는 대기를 해야 한다는 비행사측의 대답은 바꿔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밤, 다시 공항에서 여러 직원들에게 항의와 애원을 했지만 결국 일행 중 탑승 확인된 3명과 대기하던 6명중 2명만이 현지로 출발을 하고 나머지 4명은 다시 마이애미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3일째가 되어서야 그것도 비행기 출발 직전에 겨우 자리를 얻어 현지로 가게 되었습니다. 만 이틀을 중간 기착지에서 비행기가 연결되지 않아 기다리면서 평소 여행을 하면서 예정한대로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수요일 아침, 볼리비아 공항에 도착해서 다른 일행들은 이미 도착한 일행들이 사역하고 있는 감옥과 어린이집으로 가고 저는 현지 목회자학교가 열리고 있는 곳으로 가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통역자가 문제였습니다. 현지 선교사님 아들이 통역을 한다고 하기에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워낙 선교 현장에서는 차선이 최선일 때가 많아서 그대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아뿔싸.., 강의를 시작해서 첫마디를 했는데 그 첫 마디부터 통역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통역을 하지 못하니 강의를 하기는 불가능... 그래도 강의를 해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한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부랴부랴 다른 통역자를 구해서 정해진 강의 일정을 다 마치기는 했지만 그동안 선교지에서 통역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강의해온 것이 큰 축복임을 절감했습니다.

예정과 계획이 연속으로 어긋나며 한 주간을 지내면서 여상한 생활을 넘어 은혜의 지경을 넓혀달라는 바램 대신, 여상한 생활을 통한 하나님의 은혜를 더 감사하며 살게 해달라는 바램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