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떠나는 볼리비아 선교팀의 일원으로 동참하면서 이번 선교 여행의 의도와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교 여행이란 사실 누가 언제 다녀오든지 그 목적과 이유가 대개 비슷하게 정의됩니다. 선교 여행의 목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표현은 “선교지의 복음화”입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선교여행을 가는 이들은 중국 복음화를, 남미로 떠나는 이들은 남미복음화를 외칩니다. 아마도 이러한 선교지의 복음화는 선교에 임하는 이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선교의 목적이요 이유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교지 복음화가 너무나 당연한 선교의 목적이요 이유이기는 하지만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는 짧은 일정으로 그것도 한 나라중 한 도시나 한 마을, 그중에서도 한 동네를 다녀오는 단기선교를 표현하는데는 너무 지나치게 과정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번 주간 다녀올 볼리비아 선교 여행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이번 선교 여행이 볼리비아 전체 복음화를 위한다는 거창한 슬로건은 좀 접어두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은 볼리비아 중에서도 산타크루즈(Santa Cruz)라는 한 도시, 그중에서도 한 지역에 불과 한 주간동안 지극히 제한된 사역을 돕고 오는 것입니다. 가끔씩 선교에 대해 말하는 이들 중에 “한 민족을 품는다”느니, “한 나라를 입양한다”느니 하는 표현들을 하는데 물론 선교지에 대한 복음의 열정을 담은 선교적 사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자칫 과대 포장된 물건을 보는 듯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한시된 기간 동안 그것도 제한된 사역을 잠시 감당하면서 한 민족을 품는다느니, 한 나라를 입양한다는 말은 너무 거품이 많은 듯합니다. 물론 이번 볼리비아 선교에 임하면서 볼리비아를 생각하고, 그 민족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볼리비아 전체를 복음화하기 위하여 간다는 거창한 표현은 왠지 좀 몸에 맞지 않는 사이즈 큰 옷을 입은 듯 어색합니다.

두 번째는 이번 선교 여행이 우리가 볼리비아에 복음을 처음 전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엇이든지 우리 중심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경험은 더욱 그렇습니다. 특별히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자기 경험에 도취되기가 아주 쉽습니다. 이번 볼리비아 선교 여행이 우리 교회가 볼리비아를 선교지로 정하고 가는 것이 처음인지라 우리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지만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이 볼리비아 여러 곳에서 복음을 전해 왔고 지금도 그곳에 살면서 복음을 위해 수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괜한 자기도취적 경험에서 얼마만큼 벗어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수많은 복음의 선각자들이 이미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을 심은 곳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가 선교하는 것은 우리 교회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회 성장론을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 교회 성장을 위해 선교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하면서 선교를 교회 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 이들이 있지만 우리가 선교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섬기는 우리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와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이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지금 역사하시고 계신지를 경험하므로 하나님의 역사란 한 개체교회라는 그릇으로는 담을 수 없고, 또 그 안에서의 신앙 경험으로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 크고도 넓으며, 깊고도 높은 것임을 깨닫기 위해서라는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는 선교 여행을 마치 평상시에는 할 수 없는 극기 훈련을 통해 삶의 자극과 도전을 받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끔씩 선교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선교지에서의 생활을 뒤돌아보면서 평상시 경험해 보지 못한 불편한 생활을 통해 지금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하거나, 자녀들을 단기 선교에 다녀오게 하는 부모님들 중에서도 “가서 정신을 좀 차리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선교지 여건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의 여건보다 열악하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교가 평소에 하지 못하는 극기 훈련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어렵고 힘든 삶의 여건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돕기 위한 구제와 봉사를 하기 위해서 가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선교에 있어서 구제와 봉사도 중요한 사역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선교란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먼저 고백한 이들이 아직 그 고백을 하지 못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될 때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들 가운데서 역사하시는지를 경험하는 은혜의 자리요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 주간이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게 하실 하나님의 역사에 비록 적고 작은 힘이지만 쓰임을 받기 위해 볼리비아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다녀와서 다음 주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