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부터 학교가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교회에서는 어린이 여름성경학교를 시작으로 각 부서별 여름 수양회가 이어지는 걸보니 때는 여름입니다. 여름은 사계절중 가장 강열하고 열정적인 절기이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어찌 보면 아주 정적인 절기이기도 합니다. 봄철은 모든 생물들이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는 분주한 절기이고 가을은 그러한 생물들이 맺은 열매들을 거두느라 바쁘게 지내는데 비해 여름철은 아주 바쁜 듯 하면서 또한 한가하게 시간이 흐르는 절기입니다.

여름을 휴가철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찌는듯하게 강열한 태양과 무덥게 치솟거나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절기에 일하는 것을 쉬는 기능적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라, 여름철은 예부터 바쁜 일손을 멈추고 툇마루나 나무 그늘, 아니면 원두막위에 누어 낮잠을 자는 한가로운 쉼의 절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계절의 변화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리해져서 여름날의 쉼에 대한 기억들은 아득한 옛 이야기로 취급받지만 그래도 초여름은 다른 여느 절기에 비해 삶의 여유가 있는 듯 느끼지는 것은 아마도 그런 쉼에 대한 아스라한 그리움과 함께 매일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삶의 속도를 좀 느슨하게 늦추고 마치 한 여름 원두막위에나 커다란 나무 그늘아래 누워서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삶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여름날 삶의 여유를 느끼는 방법으로는 좋은 책을 골라 읽는 것인데 절기마다 읽는 책의 종류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초여름 날에 읽는 책은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책이 제격인 듯합니다. 제가 이렇게 읽어야 할 책의 종류에 대해서까지 얘기하는 것은 책중에는 읽어서 삶을 더욱 바쁘게 만드는 책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이란 한 사람이 살면서 경험하거나 깨달은 삶의 의미와 행복을 글에 담아 이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인데 요즘에 출간되는 책중에는 이러한 삶의 본질이나 목적을 나누는 책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높아지고 더 많이 갖고 살아가는 방법들을 담은 책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란 것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가졌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높아졌다고 해서 의미가 큰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깨달을 때 비로소 삶의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기에 책을 통해 삶의 방법을 터득하는 지식을 얻는 것도 필요하지만 삶의 목적과 근본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책을 통해 비로소 우리들의 삶속에 여유를 갖게 됩니다.

지난 주간에 읽은 책 중에서 이러한 삶의 여유를 되찾는데 도움을 주는 글 몇 줄을 골라 초여름을 맞이하는 여러분들에게 선물로 다시 포장하여 드립니다. 초여름의 여유, 삶의 여유를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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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큰 행복은 내가 행복을 얻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있다.
삶의 완전한 기쁨은 기쁘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당신의 그 질문에 가장 적합한 대답은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진리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당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언제 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해질 것이다.
당신이 인위적인 어떤 방법에 따르지 않고 거룩하면서도 자발적인 무위의 양식, 즉 진리의 움직임에 그냥 당신을 맡기면 당신은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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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발에 꼭 맞으면 발은 잊힌다.
허리띠가 허리에 꼭 맞으면 배는 잊힌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바르면 옳음과 그름은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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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의 목적은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잊힌다.

올가미의 목적은 토끼를 잡는 것이다.
토끼가 잡히면 올가미는 잊힌다.

말의 목적은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생각이 전달되면 말은 잊힌다.

어디에서 말을 잊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사람과 만나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