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평방피트 되는 작은 집을 늘리는 공사를 한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벌써 여러 해가 지났지만 처음 계획했던 것 중에 아직도 남은 일이 있고 이제는 포기한 일도 있습니다. 큰 불편 없이 더 늘어난 공간을 사용해서 하루 밤 자고 나면 크는 사내아이 둘을 키우는데 불편이 없습니다. 아래층은 공관, 위층은 사저라는 생각으로 늘 교우들을 집에서 만나 상담하고 새교우 환영회와 같은 교회 모임 장소로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크게 신경 쓸 것 없이 5-6년을 지냈는데 지난 몇 달 사이에 슬금슬금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냉장고 얼음 만드는 기능이 고장 났습니다. 얼음 없이 못사는 것도 아니고, 모임이 있을 때는 편의점 가서 사오면 되니까 일단 두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오븐이 고장 났습니다. 교우들의 모임을 많이 치르는 관계로 음식 준비를 위해서 꽤나 신경 써서 준비한 오븐인데 언젠가부터 경고음을 내더니 패널이 번쩍 번쩍하면서 작동하기를 거부했습니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어서 전기를 꺼 놓고 지냈습니다.

며칠 전에는 부엌 싱크대의 음식 분쇄기가 새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내부의 부속을 바꾸는 것보다 홈디포에서 새 것을 사서 교체하는 것이 더 쉽고 싸게 먹힌다고 합니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그리 많이 새는 것도 아니어서 일단 그 밑에 물통 하나 받쳐 두고 쓰기로 했습니다.

어제 밤에는 아내가 세탁기에서 물이 샌다고 했습니다. 조금 일찍 잠에 들었다가 급히 내려가 보니 물이 꽤 많이 고여 있었습니다. 뒤를 보니 몸체에도 물기가 있었습니다. 다시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세탁기 물새는 원인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여행길에서 나온 빨래를 한번 행구려고 린스에 두었다가 바로 스핀 사이클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세탁기가 물을 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탈수를 하는 바람에 물이 넘친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세탁기는 무사한 것 같습니다.
집을 새로 구입하거나 새로 꾸미고 나서 여러 해가 지나면 자잘한 불편들이 생깁니다. 그 때 그 때 손보고 수리하면 될 것들입니다. 이런 일들이 여러 차례 벌어지고 손보지 않고 쌓이게 되면 언젠가 하나씩 손을 보려는 생각보다 집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들이 쌓이면서 아예 마음이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분야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부부관계, 교회 생활, 가정생활, 직장 생활, 사업, 인간관계 등 인생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새롭고 깔끔하고 완전한 것 같아도 조금씩 금이 가고, 조금씩 불편한 일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손보고 고치고 해결하고 지우고 새로 칠하고 지나면 될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 엄두가 나지 않는 단계가 오게 됩니다. 이혼, 이사, 이직, 새로운 사업 기회 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작은 것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항상 새것 만 찾다가 새 것이 헌 것 되는 날 낙심하게 됩니다. 가정과 직장에서, 교회와 사역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작은 불편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치우고, 고치고, 정돈하고, 정리하고, 닦고, 쓸고, 빨고, 바르고, 조이고, 풀고, 포기하고, 버리고, 제자리에 넣고, 똑바로 세우고, 나란히 하고, 광내는 일이 짐이 되지 않는 인생이 되면 좋겠습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