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뉴저지에서 미국 교회를 섬길 때, 3대째 그 교회를 섬기는 가정의 따님이 있었습니다. 독신으로 살면서 사업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교회를 떠난 이후 아직 교회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가끔 큰돈을 가지고 목사인 저를 찾아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보아온 교회에 대한 사랑 때문에 특별한 수입이 생길 때마다 그 사랑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헌금을 할 때마다 제게 남기고 가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 돈으로 청구서(bills)를 갚는 일에 쓰지는 마십시오.” 달리 말하자면, 특별히 의미 있는 일에만 써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분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어찌 보면 매달 청구서를 갚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돈이 100달러 밖에 없는데 밀린 청구서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갚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습니까? 청구서를 갚는 것은 삶의 기본에 속합니다. 전기세 수도세를 내야만 그 다음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섬기던 교회는 매우 작은 교회였으므로 한 달 한 달 적자를 겨우 겨우 면하곤 했습니다. 그런 교회에 거금의 헌금을 하면서 청구서 갚는 일에는 쓰지 말라고 하니,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우리 교회 교우들도 ‘사랑의 헌금’이나 ‘구제 헌금’ 혹은 ‘선교 헌금’에 매우 후한 편입니다. 6월 한 달 동안 ‘구제 및 선교 헌금’을 드리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넉넉함을 기대해 봅니다. 그렇게 넉넉하게 헌금해 주시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매 주일 드리는 헌금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우려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요즈음 각 가정의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듯, 교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제도 좋고 선교도 좋고 장학 사업도 좋지만, 그런 것을 하기 위해 먼저 교회의 일상적인 활동이 지장 받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의 일상적인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경상비가 실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드린 값진 헌금이 구제비로 사용되면 잘 쓰인 것이고 경상비로 사용되면 덜 의미 있게 사용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매 주일 여러분이 드리는 경상 헌금이 부족하면 다른 일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어느 교우께서 세금 환급금(tax return)을 가지고 어려운 분 몇 분을 돕고 싶다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는 감동을 먹었습니다. 물론, 그분이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돈에 대한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분은 “이번 세금 환급금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너그럽게 베푸는 마음에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이 깃들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번 6월 한 달 동안 여러분의 넉넉한 손길을 기대합니다. 구제 및 선교 헌금도 풍성하게 모아지고, 교회의 일상사를 위한 경상비도 넉넉해지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나누고 베푸는 마음이 기적의 원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