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망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다. 이번에는 개인적 일로 서울에 나가서 서울과 속초 설악산과 경주와 합천 해인사와 통영 한산섬을 여섯 식구들과 함께 2주간 싸돌아 다니면서, 한국 山들에 감탄하고 한국 씰밥을 실컨 먹고 한국 고건축물들을 다시 보고 한국 지방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번이 두 번째인 충무공의 한산도 제승당 앞에 서서 눈물을 쏟고 통영 충렬사 앞에 서서도 또 눈물을 흘렸다. 희망과 사랑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다. 여기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시는 충무공이 계시지 않은가! 여기 내가 사랑하는 식구들이 함께 있지 않은가!

본인들 허락도 없이 개인적 만남 얘기를 꺼내기가 불편하지만, 떠나기 전날인 5월 25일, 서울에서는 [크로싱]의 김태균 감독을 만났다. 미리 그렇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에서 배우 차인표씨가 열연한 용수 役의 실제인물 탈북동지 유상준씨와 함께 인사동 입구 한 전통찻집에서 모였다. 유상준씨가 2002년 말 워싱턴에 왔을 때, 통역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이 분이 유상준씨와 아들 철민이를 용수와 준이로 그린 김태균 감독이요. 이 분이 바로 용수 역의 실제인물 유상준씨요. This may be the beginning of a beautiful friendship. 이제 두 분이 진실된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차인표 용수의 아들 준이와 2001년 몽골사막에서 죽은 상준의 아들 철민이는 이상할 정도로 닮았다. 둘 다 세상을 모르고 절망을 모르는 열 살배기에다 예쁘고 착하게 생겼으니 닮아보일 수 밖에 없다.

영화 [크로싱]은 사랑의 얘기이다. 아빠와 엄마, 엄마와 아들, 아빠와 아들간의 죽음을 초월한 진짜 사랑의 얘기이다. 살인마 김정일이 3백만명을 굶겨 죽였어도 북한 땅에는 아직 사랑이 남아있다. 남아있어도 아주 많이 남아있다. 남한보다도 북한에 사랑이 더 많이 남아있다. 영화 [크로싱]을 보면 안다. 아픈 처를 위해 죽을 길을 택하는 남편이 있고, 죽은 엄마를 처절하게 사랑하는 아들이 있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열 번도 더 죽는 아버지가 있다. 유상준씨는 위대한 사랑의 화신이고, 김태균 감독은 이 위대한 사랑의 이야기를 위대한 영화로 만들었다.

지난 4월 말 워싱턴에서 [크로싱]을 보며 많이 울었다. 오늘 인터넷 신문들을 보니 박근혜씨가 어제 서울에서 [크로싱]을 보면서 울었다는 기사가 났다. 우리 모두 크로싱을 보며 울자. 실컷 울자. 울다보면 우리 나라가 살아난다. 우리 나라 살리는 길은 우리 모두가 크로싱을 보면서 울면 된다. 차인표/유상준이 불쌍하고 준이/철민이가 불쌍해서 남한 4천8백만이 울면 우리 나라 앞이 보인다.

우리 모두 울자. 실컷 울자.

2008년 5월 28일
김정일의 대학살 전시회/남신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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