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거리의 빈민들을 위해 명품 샌드위치를 만드는 실버 봉사대가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5세. 이민배경도 다르고 출석하는 교회도 각기 다르지만 손자 같고 아들 같은 도시빈민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릴 수 있어 마냥 기뻐한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 그렇지만 평생을 신앙하면서 살아선지 젊은이 못지 않은 신체발부를 유지하고 있다. 빈민들을 위해 아직 한팔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보람 때문에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봉사대의 출석률은 늘 일률적이다.

이들 중 최고령은 올해 팔학년 이반(82세) 이창복, 안영수 부부, 버금 고령 김남수 부부는 칠학년 구반이다. 봉사대의 리더인 배재현 장로가 73세, 최근에 합세한 신현철, 신은식 부부가 72세, 김윤숙씨는 70세로 귀염둥이 막내다. 올드키니밀 선상에 위치한 노인 아파트의 실버 친구들,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탓하며 녹슬어 힘없이 스러지기 보다는 닳아서 주 앞에 서자"며 3년째 봉사를 결의한 믿음의 용장들이다.

월요일 오전 8시. 굿스푼에 도착한 봉사대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150개 이상 샌드위치를 만들어 은박지에 꾸리고 커피까지 내리려면 두세 시간은 콩튀듯 팥튀듯 해야 한다. 애난데일 236도로 선상에 길다랗게 늘어선 이방인 아들들이 눈에 아른거려 한 순간도 지체할 수가 없다. 각기 역할이 있고,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친구 사이라 작업은 빠르고 깨끗하게 마무리된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전문점 훠드러커스(Fuddruckers)보다 더 맛있고, 더 영양가있는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선 나흘 전부터 준비 작업을 가져야 한다. 질 좋은 쇠고기의 기름 덩어리를 떼어내고, 치과질환이 많은 빈민들을 위해 곱게 칼질하여 다져 놓는다. 양파, 당근, 마늘 등 각종 향신료와 양념을 넣어 버무린 후 프로팬 개스 불에서 고온으로 볶아내면 고기속이 먹음직스럽게 완성된다.

통밀 식빵에 양상추와 토마토를 슬라이스해서 깔고, 푸짐하게 속을 넣은 샌드위치가 은박지에 낱개로 포장되고 나면 쿨러에 담아 식지 않도록 보관 한다. 진하게 내린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달큰하게 배합한 한국식 다방 커피 5갤론이 가득히 담아지면 거리로 향한다. 겨울엔 따뜻한 커피, 여름에는 시원하게 얼린 소다와 함께 나누어지는 샌드위치는 허기진 빈민들에게 단연코 인기가 높다.

애난데일 훼어몬 가든 아파트에 살며 노동품을 파는 과테말라 출신의 아돌프 차베스(23세)는 실버표 샌드위치 매니아가 된지 오래다. "한인 노인들이 만든 따뜻한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다. 먹을 때마다 고향에 계신 늙은 부모 생각이 절로 난다"며 영양도, 사랑도 담뿍 담긴 명품 샌드위치에 그라씨아스(감사)를 잊지 않는다.

실버 봉사대의 리더는 새빛감리교회를 출석하는 배재현(73세) 장로다. 일년 전 평생을 해로하던 그의 아내가 지병으로 먼저 주 앞에 갔지만 봉사는 쉬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청력이 떨어진 것 빼고는 비교적 건장한 그는 카고 벤을 몰고 애난데일 노동시장 네 곳을 순회하며 급식과 함께 영혼의 양식도 나눠주는 목자다. 인생을 젊게 사는 비결로 '봉사와 섬김'을 강조하는 그는 분명 더 젊어져가는 실버다.

압살롬의 난을 피해 마하나임에서 피난살이를 하고 있던 다윗 일행에게 아낌없이 온정을 베풀었던 바르실래는 80세 노인의 시기를 "좋고 흉한 것을 분간하지 못하는 나이, 음식이 맛있고 없는지, 노래하는 남녀의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나이"라고 했다.

생물학적 나이 칠팔십을 귀신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을만한 때라고 하지만, 양식의 나이, 영적인 나이가 깊어 질수록 강도 만난 이웃을 돌아보는 아름다운 손과 발로 사용될 수 있다. 실버 노인들의 다양한 봉사, 섬김의 기회가 굿스푼에 많이 널려있다. 마음에 맞는 실버 친구들이 6-8명 단위로 그룹을 조직하여 방문하면 불쌍한 이웃을 돕는 귀한 손길로 쓰임 받을 수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식량난, 자원난, 기상난동 여파로 빈자들이 고통이 깊다. 소리 없는 쓰나미에 갇혀 울고 있는 저들을 위해 젊은 노인들의 참여가 현저히 필요한 때다.

(도시빈민선교, 재활용품, 중고차량 기증문의: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