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인가 보다.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에 해맑게 웃고 있는 성빈이가 보인다. 밀알선교단(김산식 목사)이 운영하는 토요학교에서였다. 여수룬교회 파킹장을 운동장 삼아 또래와 노는 모습이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다.

성빈이도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2년 전 이맘때, 성빈이는 아빠를 잃었다. 고 조시행 목사가 간경화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박현영 사모와 성이, 성빈이만 덩그라니 남겨졌다. 신분문제도 물 설은 이국 땅에서의 기반도 막막할 때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당시 시카고 동포사회는 팔을 걷어 붙였다. 후원이 줄을 이었고 겨우 이제 기반을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굴곡 많은 삶은 쉬이 이들을 놓아주기 싫은가 보다.

박 사모는 지난달 3일 병원에 입원했다. 먼저 있던 직장은 사정상 그만둬야 했고 두달간 일이 없다 어렵게 다시 들어간 직장인데 3주만의 일이었다.

나날이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숨이 가빠오니 어쩔 수 없이 찾아간 병원인데, 검사결과 폐에 물이 찼다 한다. 염증에 결핵균도 발견됐다. 일주일간 꼬박 호스로 물을 뺐다. 담당 의사는 "그나마 젊어서 지금까지 아파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라 한다.

지난 15일, 퇴원했다. 이제 최소 6개월은 꼼짝없이 몸을 추스려야 하는 상황이다. 간호는 박 사모 엄마가 하고 있다. 미국에 사는 딸네 식구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일주일 만에 사위 목사의 죽음을 봐야했고, 그렇게 눌러앉은 미국 땅에서 이제 딸 간호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그 엄마가 말한다. "2년 전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했지요. 그런데 이런 일을 또 당하니... 도와준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먼저는 살아야겠기에... 나라도 돈을 벌어 보려고 캐쉬어를 구한다 해서 갔는데 그것도 나이가 많아 안 된다 합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을 훔친다. "다른 것보다 딸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만 도움의 손길을 바랄 뿐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저희보다 힘든 이웃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