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에서 손o삼 선교사 선교편지-

희랍정교회(Greek Orthodox) 최고 수장인 흐리스또둘로스 총대주교가 간암으로 소천했습니다. 동성애를 적극 반대하는 등 보수적 입장에서 정교회를 이끌어 왔습니다. 정교회 최고회의에서는 무기명 선거방식으로 이에로니모스 대주교를 새로운 최고의 수장으로 선출했습니다. 이에로니모스는 마약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성직자인데 복음의 진보가 정교회들 속에서도 흥왕하길 기도합니다.

주의 날: 헬라어로 주일을 끼리아끼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끼리오스(주님)의 날 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월요일은 데프데라(둘째날), 화요일을 뜨리띠---토요일을 사바또(안식일) 이렇게 부릅니다. 그래서 주일은 진정으로 주님의 날(창조의 날, 회복의 날, 구속의 날)입니다. 지난 주일은 집시촌에서 주일 말씀 사역을 마치고 4가정의 심방사역을 마치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매 주일 그렇듯이 예배모임 후에는 쿠라상이라는 초코렛이 들어있는 소라빵을 나누어 주고 있는데 언제까지 계속 줄 수 있는지 모르지만 IMF 때도 주었으니 앞으로도 별 문제 없이 주게 되리라 믿습니다. 만나는 모세가 준 것이 아니라 하늘 위에서 자동적으로 떨어졌던 것 이였으니까요. 점심식사 때는 굶고 있는 집시 가정에 심방 가서(스블라끼와 통닭 2마리를 사가지고) 영의 양식과 육의 양식을 함께 나누며 즐겼습니다. 식사기도 시간에 고마움과 서러움으로 울던 집시 가정(빠나요띠스/47살)의 눈물은 모든 식구들을 어색하게 했지만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 하나만은 초가산간도 천국 이였습니다.

아테네 공항에서 첫 딸 아이를 한국으로 유학 보내고 돌아왔는데 마음이 조금은 찡합니다. 고등학교까지 마친 만 18살짜리 큰 자식을 떠나보내는 일은 아주 어려서부터 MK들을 떨어뜨려 둔 다른 선교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행가 가사처럼 내 마음 허전합니다. 이곳 선교지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인이 희랍인으로 알고 살아 온 아이인데 생소한 부모의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대학생활을 통해 나라 사랑도 배우고, 하나님 사랑도 듬뿍 배워서 베푸는 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보쌈 결혼: 집시들의 전통적인 혼례는 보쌈(유괴)입니다. 물론 서로 눈이 맞아서 사랑을 느끼는 아이들까지 몰래 부모님들의 품을 떠나 임신될 때까지 도주하는 형태로 분가생활이 시작됩니다. 당일에 여자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남자를 감옥에 쳐넣겠다고 벼르지만 정작 경찰서도 수배업무에 착수하지는 않습니다. 매번 체포 결과는 여자가 사랑해서 따라 갔다고 증언하기 때문에 헛일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각종 도난 신고들도 범인이 체포되면 결국 가족식구들이고 친인척들이라서 훈방 조치되는 현실이기 때문에 집시들의 신고는 그래도 신고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첫 번째 입양했었던 발란디스는 첫 보쌈여자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고 이혼했고 두 번째 보쌈 여자인 현재 아내 추나와 사이에서는 4남매를 두고 잘 살고 있답니다. 혼인신고 없이 사는 여러 이유 중에 큰 것은 미혼모 자녀는 국가에서 지급하는 출산 후 자녀보조금이 조금 더 많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