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오래 전부터 팔레스타인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에 높은 담장을 세워 사실상 이들의 외부로의 출입을 엄격히 봉쇄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이곳 주민들이 담장들 가운데 이집트 국경과 맞닿은 부분을 무너뜨렸고, 이 무너진 지역을 통해 최소한 35만 명 이상이 이집트 쪽으로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넘어갔다. 이로 인해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직간접적인 후원을 받는 이스라엘은 이집트 쪽으로 월경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집트 국경 경비 병력의 미온적인 대응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장벽 붕괴는 가자지구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무장 정치조직이자 팔레스타인 내의 야당조직인 하마스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지난 23일 새벽, 이집트와의 국경도시 라파와 대고 있는 국경 장벽, 10km 구간을 폭파하여 제거했다. 그리고 자치경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생필품, 연료, 식품 등을 구입한 뒤에 돌아온다는 조건으로 월경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이집트는 가자지역이 안정을 되찾을 때가지 국경봉쇄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집트 유입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외무부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월경을 허용한다고 천명했다.

한편 미국의 톰 케이시 국무부대변인은 국경이 열린 것이 생필품의 공급통로로 뿐 아니라 무기 유입의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며, 이집트가 국경통제를 제대로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가자주민의 탈출 사태가 진정되면 장벽을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자 지역 경제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가자주민들의 국경을 통한 탈출과 복귀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