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중남미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모인 국제 총회에서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사명과 종교의 자유, 범죄 대응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한다"며 "교회와 정부가 사회의 공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로라 페르난데스 델가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지난 12일 수도 산호세에서 열린 라틴복음주의연맹(AEL) 제13차 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이같이 연설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남미와 이베로아메리카 지역 22개국의 복음주의 연합체 대표들을 비롯해 코스타리카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사무총장 보트루스 만수르 목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이 자리에 세우셨는데, 어떻게 복음을 말하거나 내가 기독교 원칙과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의 신앙을 공직 수행과 분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녀는 "대통령 취임 이후 단 하루도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지 못한 날이 없었다"며 "취임 당시 코스타리카를 예수 그리스도의 발 앞에 맡겼다"고 했다. 이어 "국가 운영 과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하나님께 손을 잡아 달라고 기도하며 인도하심을 구한다"고 했다.
특히 그녀는 마약 테러와 조직범죄 대응을 현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코스타리카에서 마약 테러와 조직범죄를 몰아내고 이 나라가 조직범죄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나를 이 자리에 세우셨다"며 "이 같은 싸움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도움과 정부 구성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어 "내게 꽃이나 성경, 상을 선물하는 것보다 기도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신자지만 복음주의 형제와 기도할 수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자신의 종교가 가톨릭임을 밝히면서도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교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가톨릭 신앙이 복음주의자들과 기도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고 이웃을 사랑하며 서로 존중하는 길이라면 교파 간 차이보다 연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과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대통령직을 통해 국민이 가족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코스타리카는 교회의 다양한 선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있다"며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박해받지 않는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가 기독교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명 존중과 성별 정체성 관련 정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생명이 자연적 수정에서 시작해 자연사로 끝난다'는 입장을 담은 헌법 개정을 지지해 왔다"고 설명하고, 이른바 '젠더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또한 "유엔 등 국제기구가 진보적 가치관을 국가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국가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권이 아니라 섬김을 추구한다"
후안 크루스 셀라마레 AEL 회장은 총회에 참석한 대통령에게 복음주의 교회들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교회들이 학교와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병원과 가정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중독과 폭력, 가정 해체를 예방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서고 교정시설을 방문해 수감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역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셀라마레 회장은 "우리는 특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현 정부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AEL은 22개국의 복음주의 연합체와 교제 네트워크를 아우르고 있으며, 1억6천만 명 이상의 복음주의 신자와 40만 곳 이상의 교회를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총회 개회식에서 AEL 회장이 제시한 수치다.
보트루스 만수르 WEA 사무총장은 복음주의 교회 간 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WEA는 180여 년 전 서로 다른 교파의 복음주의자들이 차이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협력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며 "오늘날에도 이러한 연합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는 '정렬, 전진, 선교'를 주제로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다. 총회 기간에는 전체회의와 아침 경건회, 주제별 토론 및 AEL 산하 16개 전문위원회 회의 등이 열린다. 논의 분야에는 종교의 자유, 인도주의 활동, 아동, 교육, 언론·커뮤니케이션, 정부와의 관계 등이 포함됐다.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전한 로널드 바르가스 바디야 코스타리카 복음주의연맹연합회(FAEC) 회장은 "이번 총회가 단순한 행정적 모임을 넘어 라틴아메리카 교회들의 영적 유대를 강화하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연합을 드러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에게 "코스타리카의 대통령과 국가의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AEL은 2001년 이베로아메리카 복음주의 대화포럼을 기원으로 하며, 2013년 11월 2일 온두라스 테구시갈파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번 제13차 총회는 회원국 간 협력과 교회 연합을 강화하고, 중남미 지역이 직면한 사회적 과제에 복음주의 교회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