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에 대해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남측에 지뢰를 매설해 일어난 것이며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것을 공식 발표했다. 유엔군사령부도 DMZ 지뢰 폭발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뢰 폭발 사고 현장조사에서 추가 발견된 수지 반보병 지뢰 한 점을 공개했다. 폭발 사고 후 같은 곳에서 총 4개의 지뢰가 나온 것으로 볼 때 북한이 MDL 남쪽에 지뢰지대를 조성한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DMZ 폭발 사고가 북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상한 건 여당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사고라는 사실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북한이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심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병주 의원도 "2024년에 대응을 했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북한군이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나서 본격적으로 MDL을 월선해 지뢰를 매설한 시점은 지난해 8∼11월 경이다. 이걸 여당 의원이 대놓고 지난 정부 탓을 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거다. 더 심각한 건 우리 장병 3명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 때문에 크게 다쳤는데 여당 국방위원장이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이다. 북한이 한 짓이 아니면 그럼 다친 장병들 잘못이란 말인가. 

군의 초동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합참 대변인은 지뢰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MDL 일대에서 지형 변화를 식별했다"고 했다. 이 '지형 변화'가 실은 북한이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MDL 인근 훼손이었는 데도 구체적인 설명도, 대응도 하지 않다가 이런 참변을 당한 거다. 

여당과 군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은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한국이 꾸민 자작극"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북한 김여정은 지난 30일 담화에서 "알지도 못할 곳에서 출처도 모를 지뢰를 밟아 터뜨리고는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고 지껄이는 추태"라며 "우리 군인들은 국경선을 넘은 적이 없다"라고 발뺌했다. 심지어 자기들이 사과한 2015년 목함지뢰 사건까지 다시 끄집어내 한국이 조작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을 향해 "국경선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즉시 중단하라"면서 "향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 군이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중단과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건 당연하다. 목소리만 낼 게 아니라 북한이 적반하장으로 나온 만큼 정전협정 위반의 책임을 묻고, 중단했던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단호한 대응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구실로 MDL 남쪽에 지뢰를 매설하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대처했더라면 최소한 수색대대장의 발목이 절단되는 참극은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평화가 북한에 굽실거린다고 해서 지켜지는 굴욕의 대가가 아니란 걸 분명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