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Photo : 기독일보) 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누가복음 10:1과 10:17에는 오래된 사본들 사이에 “70명”과 “72명”이라는 중요한 본문 차이가 있다. 이것은 번역자의 실수라기보다, 헬라어 사본 전승 자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역개정은 “칠십 인”
개역개정 누가복음 10:1은 “주께서 따로 칠십 인을 세우사”라고 번역한다. 이는 헬라어 본문 가운데 70이라고 읽는 사본 전통을 따른 것이다. 시내산 사본 א, 알렉산드리아 사본 A 등 상당히 중요한 사본들이 70을 지지한다.
반면 다른 매우 오래되고 중요한 사본들은 72라고 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파피루스 P75, 바티칸 사본 B, 베자 사본 D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현대 비평본문과 영어 번역들은 72를 본문으로 채택하고 있다.

새한글성경은 “일흔두 명”
대한성서공회의 새한글성경(2024)은 누가복음 10:1을 이렇게 번역한다.
“이런 일이 있은 뒤에 주님이 다른 일흔 두 명을 임명하셨다.”
그리고 단락 제목도 “일흔두 명을 내보내시며 말씀하시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새한글성경은 명백하게 72명 본문을 채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최근의 신약 본문비평에서 72가 원문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독법으로 보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유대인의 신약”은 70명
David H. Stern의 Jewish New Testament / Complete Jewish Bible(CJB) “유대인의 신약”은 70명을 택하고 있다. 즉, “주께서 다른 70명의 제자(talmidim)를 임명하셨다”.

여러가지 성경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개역개정 70명
새한글성경 72명
새번역 72명
공동번역 72명
Complete Jewish Bible, 70명
KJV 70명
NET Bible 72명
루터성경 1912 70명
루터성경 1984 72명
많은 현대 비평본문 계열 번역 72명

왜 70과 72일까
여기에는 단순한 숫자 차이를 넘어 유대적 성경신학적 배경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민수기 11:16–25의 칠십 장로이다. 모세를 돕도록 하나님께서 70명의 장로를 세우셨다. 예수께서 70명의 제자를 보내셨다면, 예수님을 새로운 모세와 연결하는 상징성이 매우 자연스럽다.
둘째, 창세기 10장의 열방 목록입니다. 전통적으로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을 기준으로 세계 민족을 70민족으로 계산했다. 따라서 70명의 파송은 “이스라엘을 넘어 온 세상으로 향하는 복음”을 상징한다고 해석해 왔다.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다. 칠십인역(LXX)의 창세기 10장 계보를 세면 72민족으로 계산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누가가 72를 사용했다면 이것 역시 모든 민족을 향한 선교를 상징한다고 본다.

즉,
70명 → 히브리어 성경의 70민족 전통
72명 → 칠십인역 전통의 72민족
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칠십인역’ 자체도 이름은 Septuagint, 즉 “70인역”이지만, 전승에서는 실제 번역자 숫자를 72명, 곧 이스라엘 12지파에서 각각 6명씩으로 설명한다. 바로 이 때문에 70과 72가 유대 전승 안에서도 서로 겹쳐 사용될 수 있었다.

어느 것이 원문일 가능성이 높은가?
현재 본문비평에서는 72명 쪽을 약간 더 선호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유 중 하나가 ‘더 어려운 독법(lectio difficilior)의 원칙이다.
필사자가 72를 70으로 고칠 가능성은 비교적 쉽게 설명된다. 성경에는 모세의 70장로 등 “70”이라는 익숙한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익숙한 70을 일부러 72로 고쳤다고 설명하려면 추가 이유가 필요하다. NET 성경의 본문비평 주석도 이런 이유로 72를 더 가능성 높은 독법으로 평가한다.
다만 70 역시 매우 오래되고 강력한 사본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72가 확실하고 70은 틀렸다”고 말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이 구절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균형 있다고 본다.
본문비평적으로는 72명이 조금 더 유력하지만, 70명도 매우 오래된 전승이다. 그리고 신학적으로는 어느 숫자를 택하든 핵심 메시지는 동일하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의 범위를 넘어 더 많은 제자를 세워 모든 지역과 궁극적으로 모든 민족에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도록 보내셨다는 것이다.
특히 누가복음–사도행전 전체 흐름에서 보면 12명 → 70/72명 → 예루살렘 → 유대와 사마리아 → 땅끝(행 1:8)이라는 선교의 확장이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그런 점에서 70 또는 72는 단순한 인원수가 아니라 “열방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암시하는 숫자로 읽을 여지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