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역사적인 교회들이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과 정부 지원 축소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hristian Today)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역사 저술가 찰스 스펜서(Charles Spencer)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 기고에서 잉글랜드 성공회(Church of England) 소속 약 1만6천 개 교회의 대규모 수리에 10억 파운드(약 13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남동생이자 백작인 스펜서는 특히 교인 수가 적은 지역 교회들이 높은 보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런던 배터시(Battersea)의 세인트 메리 교회(St Mary's Church)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스펜서는 이 교회의 현관 지붕과 기둥, 난간, 종 등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25만 파운드를 모금하는 일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세인트 메리 교회는 영국의 역사·문화적 유산이 함께 남아 있는 교회로, 여러 유명 인물과도 인연이 깊다.
스펜서는 역사적 교회들의 재정 부담을 키운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정부 지원 제도의 변화를 꼽았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예배당의 수리 비용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VAT)를 보전해 주던 ‘등록된 예배 장소 보조금 제도(Listed Places of Worship Grant Scheme·LPWGS)’가 종료됐고, 이후 도입된 지원 제도는 예산 규모가 줄어든 데다 기존과 같은 부가가치세 보전 혜택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잉글랜드 성공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교회(Church of Scotland)는 2023년 이미 보유 교회의 약 3분의 1을 폐쇄 대상으로 지정한 뒤 건물 매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역사적 대성당의 소유권 이전을 발표했으며, 스코틀랜드 국왕 로버트 더 브루스(Robert the Bruce)가 묻힌 던펌린 수도원 교회(Abbey Church of Dunfermline)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펜서는 잉글랜드 성공회가 다른 교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지만, 이미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지출 부담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교회 내 학대 피해자 지원을 위한 1억5천만 파운드 규모의 기금과 탄소중립을 위한 1억9천만 파운드, 아동 성학대 독립조사 관련 750만 파운드 등의 지출과 함께 성직자 사례비 인상도 언급했다.
다만 잉글랜드 성공회가 과거 대서양 노예무역과 연관됐다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1억 파운드 규모의 ‘프로젝트 스파이어(Project Spire)’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사업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성공회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근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만큼, 해당 재원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전국의 지역 교회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스펜서는 세인트 메리 교회처럼 잘 알려진 교회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필요한 수리비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소규모 지역 교회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교회 역시 각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신앙의 유산을 품고 있지만 막대한 유지비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