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요일이 행복하다.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날이다. 뜨거운 열정으로 사역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가슴 뛰는 행복이다. 학기를 시작하며 나 자신과 세 가지를 약속했다. 이 세 개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며 신학교 강의를 위해 출발할 때마다 기도하며 이 세 가지를 언급한다. 그 세 가지 약속은 목사로 살아온 40여 년 세월의 결산이다.
나 자신과 굳게 약속한 세 가지는 단순하다. 첫째는 성경을 교육하기리라! 둘째는 사역 준비를 돕는 강의를 하자, 그리고 셋째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하자라는 결심이었다. 나름대로 비장하게 결심했다. 첫째와 둘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다. 성경의 진리를 나누며, 신학생의 현재와 장래의 사역 돕기를 도모한다. 부족하지만 덕분에 보람찬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셋째 약속은 아직 실천하지 못했다. 아직 어려운 질문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많다. 우선 질문할 틈을 주지 않고 강의를 급하게 진행하기 때문인 듯하다. 나아가 주로 성경을 통해 신학적 논리를 세우고 사역준비를 위한 강의를 진행하니 질문거리도 없는지 모른다. 더 중요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용기가 없어서 질문을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르긴 해도 강의실에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곧 받게 될 것이다. 내심 그 시간이 오기를 기다린다. 조금만 미심쩍거나 분명한 대답을 모르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려고 이 대답을 연습하고 있다. 이번 학기 개인 목표는 정말 잘 모르는 사항을 질문받고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부해서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목사로 살면서 거의 쉬지 않고 성경 공부를 인도했다. 성경 공부 시간이니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도 많아 받았고, 답을 잘 모르는 질문도 있었다. 부끄럽게도 아는 척하기도 했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나아가 목사로 살면서 ‘아는 척’했던 날도 많고, 주변에 아는 척하는 분들을 보며 실소를 머금었던 때도 적지 않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운 일이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교목실과 종교부를 통해서 학교 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과 가까이 지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가깝게 지내지 않았지만, 멋진 분으로 인정했던 선생님이 조병훈 선생님이다. 조병훈 선생님은 실력이 뛰어나신 국어 선생님이셨다. 우리 질문을 명쾌하게 풀어 주셔서 우리가 좋아했다. 그런데 그 조병훈 선생님께서는 우리 질문에 자주 “자신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 멋졌다. ‘모르겠다’라는 말이 그렇게 멋진 말인 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목사로 살면서 얄팍한 지식을 쌓는다. 모든 일에 관여하며 모든 일을 아는 척하지만 따지고 보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심지어 전문가가 되어야 할 성경도 잘 모른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성경도 모르면서 사회를 말하고, 정치를 말하고, 문화를 말하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그 일은 제가 잘 못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려고 한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말씀과 신학을 배우고 말씀으로 장래 사역을 준비하는 우리 후배님(?)들이 ‘잘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용기와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멋을 품고 선지 동산을 떠나기를 바란다. 그들은 나처럼 못난 모습으로 얼버무리거나 아는 척하지 않고, 당당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멋지고 지혜로운 사역자로 세워지기를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