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군이 1990년 몬로비아 성 베드로 루터교회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36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생존자와 교회 지도자들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지연된 전범 재판소 설립을 통한 정의 실현을 촉구했다. 세계교회협의회와 인권 단체들은 화해에는 진실과 책임 규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베리아 내전 당시 교회로 피신한 수백 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지 36년 만에, 라이베리아 군이 자국 병사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Christian Daily International) 2026년 8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교회 지도자들과 생존자들은 전례 없는 이 인정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사과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라이베리아 군은 내전이 한창이던 1990년 수도 몬로비아의 성 베드로 루터교회(St. Peter’s Lutheran Church)에서 이전 지도부 아래 병사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군 조직이 과거 만행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아프리카(AllAfrica)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오스카 물바(Oscar Mulbah) 국방부 공보 담당 차관은 "장관을 대신해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두려움 대신 희망을 선택할 수 있었음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 장관은 이 조직이 국민과 국가에 충성하는, 국민 중심의 군대임을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 라이베리아 군은 법치와 인간 존엄을 존중한다. 우리 군의 역사는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성 베드로 루터교회는 피난처를 찾아 몰려든 남녀노소 약 600명이 목숨을 잃은 곳으로, 이곳에 모인 생존자들에게 이번 사과는 깊은 감정적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오랫동안 지연되어 온 '전쟁·경제범죄 법원(War and Economic Crimes Court)' 설립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라이베리아 의회에 다시 촉구했다. 책임 규명 없는 인정만으로는 국가의 상처를 온전히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추모식에 참석한 생존자 대표들은 "일어난 일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사과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의는 너무 오랫동안 지연되어 왔다"고 말했다.
성 베드로 루터교회 학살은 라이베리아 1차 내전에서 가장 어두운 사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정부군은 민간인들이 보호를 위해 피신해 있던 교회 경내에 진입해 총격을 가했고, 수백 명이 숨졌다. 이 공격은 국제 사회에 충격을 안겼으며,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두 차례의 내전 동안 라이베리아를 황폐화시킨 무차별 폭력의 상징이 됐다.
루터교회는 수십 년간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한편, 역대 정부에 정의 실현과 국가적 치유를 촉구해 왔다. 올해 추모 행사에는 기도와 추모 예식, 희생자를 기리는 새로운 기념물 제막식이 포함됐으며, 군의 공식 사과도 함께 이뤄졌다.

교회 지도자들은 기독교적 용서가 정의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수년에 걸쳐 라이베리아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화해에는 진실과 책임, 회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앞선 루터교회 학살 추모식에서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정의 없이는 화해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하며, 전쟁 범죄에 대한 최대 책임자들을 기소할 전범 재판소 설립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면 역사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베리아를 세계 기도 주기에 포함시킨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는 성 베드로 루터교회를 라이베리아 최악의 전시 학살이 벌어진 장소로 언급하며,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평화 재건과 화해 증진, 분쟁의 유산을 안고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를 섬기는 교회들의 증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생존자들은 만행에 책임 있는 많은 이들이 아직 재판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치유가 여전히 미완의 상태라고 말한다. 라이베리아 진실화해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는 내전 기간 주요 세력들이 저지른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기록한 뒤 2009년 전범 재판소 설립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치적 반대와 수년간의 무대응으로 재판소 설립은 이뤄지지 못했다.
◇ 정의를 향한 실낱같은 진전
조지프 보아카이(Joseph Boakai) 대통령 정부 아래에서 관련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보아카이 대통령은 올해 초 전쟁·경제범죄 법원 설립 사무국의 임기를 연장한 뒤, 해당 법원 설립을 위한 법안 초안을 라이베리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원은 내전 기간 중 자행된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최대 책임자들을 조사·기소하는 한편, 법치를 강화하고 수십 년간의 불처벌 관행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생존자들이 이미 30년 넘게 정의를 기다려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와 정의책임센터(Center for Justice and Accountability), 라이베리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대체는 최근 정부에 피해자와 영향을 받은 공동체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면서 "지체 없이" 법원을 가동할 것을 촉구했다.
루터교회 학살 생존자들을 국제 법적 절차에서 지원해 온 정의책임센터는, 과거 전시 지휘관들에 대한 해외 기소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라이베리아 정부는 아직 책임자들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궁극적으로 책임 규명은 제대로 기능하는 라이베리아 국내 전범 재판소를 통해 라이베리아 자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