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라디아서 3장 28절)
필자가 어렸을 때, 6.25사변이 났는데, 그 때, “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만이냐...”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랑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불렀지요. 우리 민족은 중국의 한족(漢族)이외의 다른 모든 민족들은 천시하면서, 오랑캐로 여겼습니다. 오랑캐라는 말은 변방의 소수 민족들을 비하하는 보통명사로 굳어진 말입니다. 본디 이 말은 13세기 몽골 유목민들이 삼림지대에 살던 몽족, 퉁구스계 수렵 민족을 우량카이(Uriankhai)라고 부른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적 중화(中華) 질서에 따라 문화 수준이 낮고, 거칠며, 예의를 모르는 야만인을 오랑캐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의 선비들은 한자와 한문 문화의 발상지인 중국의 한족(漢族)은 우러러 보며, 사대(事大)하였지만, 기타 종족들은 오랑캐라며 멸시하였습니다.
만주의 여진족들이 세력을 확장하여, 후금(후에 청나라)이라 칭하면서, 조선에 명나라 섬기는 것을 중지하고, 자기들을 형님 나라로 받들라고 하자, 조선 조정은 우리가 어찌 한족의 나라 명나라를 버리고 오랑캐들을 섬기느냐며 비웃었습니다.
분노한 후금의 수장 누루하치는 조선을 치기 위해, 1627년 3만의 대군을 이끌고 조선을 침공하여 한양 가까이 다가오자, 당시 왕이었던 인조와 조정은 강화도로 급히 피난을 갔습니다. 긴 전쟁을 원치 않았던 후금과 조선은 ‘형제’의 관계를 맺은 후, 후금은 철수하였습니다.
그로부터 9년 후인 1636년, 후금은 국호(國號)를 청(淸)이라 개명하고, 우두머리 홍타이지가 황제가 되어, 조선에 군신(君臣:임금과 신하)관계를 명했습니다. 조선이 오랑캐를 임금으로 모실 수 없다며 거절하자, 분노한 청 태종(홍타이지)은 10만의 대군을 이끌고 한양성으로 진격했습니다.
상황이 급해지자, 인조와 조정은 미처 강화도로 피난하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갔으나, 강화도가 청군에 점령되고, 세자 소현과 차자 봉림대군, 여러 비빈(妃嬪)들이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엄동설한의 혹독한 추위에 남한산성에 양식이 고갈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청 태종에게 항복하였습니다.
항복한 인조는 여진족들의 항복 의식에 따라, 오늘의 서울 잠실 석천호수 근처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즉 큰 절을 올리고 절을 올린 후, 이마를 땅에 세 번 찍는, 그래서 세 번 큰 절을 하고 아홉 번 이마를 땅에 찍는 수치를 연출하였습니다. 여진족을 오랑캐라며 멸시하던 양반의 나라 조선의 국왕이 오랑캐의 우두머리에게 세 번 큰 절하고 아홉 번 이마에 피가 나도록 땅에 찍었으니, 양반 체면이 말이 아니었네요. 양반과 오랑캐는 힘이 있을 때 하는 이야기지, 힘이 없을 때 할 소리는 아닙니다. 힘 앞에서는 양반도 오랑캐도 없고, 오직 힘이 제일이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한족(漢族)을 세상 최고의 민족으로 사대하던 조선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 지도 모르고, 19세기 말, 서양 세력이 밀려들어오자 당시로서는 모든 면에서 따라 잡을 수도 없이 앞서간 서양인들을 양이(攘夷) 즉 ‘서양의 오랑캐’라 부르면서 배척하였습니다. 당시 조정의 실권을 잡은 대원군은 1871년(고종 8년)에 일어난 신미양요(辛未洋擾) 때, 미국 군함 다섯 척이 강화도 일대에 나타나 조선군과 전투를 벌인 후, 미 군함이 물러가자, 전국 각지에 “서양 오랑캐가 침범함에 싸우지 않는 것은 화친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는 척화비(斥和碑)를 전국 각지에 세웠습니다.
그러나 밀려오는 서양 세력과 일제 앞에 힘없는 민족은 어쩔 수 없이 개항(開港)을 했고, 결국 왜놈 또는 왜오랑캐라 얕잡아 부르던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영국은 1863년, 런던에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개통시켰습니다. 한국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74년에서야 개통되었지요. 누가 오랑캔지......
이제 왕족도, 귀족도, 양반도, 평민도, 하인도, 백정도 없는 만인이 평등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역사를 멀리 내어다본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존재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 이 말씀은 진리입니다. 이제 오랑캐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습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