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지구촌교회 김성수 목사
(Photo : 기독일보) 시애틀 지구촌교회 김성수 목사

지난 토요일,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린 바로 그 다음 날, 저희 집안에 이쁜손녀 리아(Lia)가 태어났습니다.
 
장례를 치른 지 하루만에 병원에서 손녀를 가슴에 품었을 때 솔직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외적으로는 슬퍼해야 하는 데, 아들과 며느리 앞에서는, 기뻐해야 하는 이 상황 때문에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 머뭇거림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것이 인생이구나!"
 
한 세대가 조용히 물러나고, 또 한 세대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내와 저, 양가 부모님이 이제 모두 주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세대가 어느새 가장 윗줄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동시에, 그 자리가 두렵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이 뿌려두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아니셨어도, 삶으로 신앙의 씨앗을 남기셨습니다. 저도, 아내도 넉넉한 부모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곁에 늘 있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틈날 때마다 말씀을 나누고, 배우자를 선택할 때나 직업을 고를 때도 성경적 가치관을 조용히 이야기해 왔습니다. 아이들이 흘려듣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씨앗이 되어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제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이번 주에 더욱 또렷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이것은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한 세대가 살아낸 믿음이 다음 세대의 이름 앞에 붙는 것입니다.
 
나는 10년 혹은 20년 후에 손녀 리아의 삶에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까, 조용히 자문해 보았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거룩한 욕심을 낸다면 잘 닦여진 믿음의 길을 먼저 걸어가는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마음에 담으며, 아내와 함께 병원 문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