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는 피눈물 역사다. 일제 강점기나 625사변은 물론이고 산업현장과 민주화 현장은 피눈물에 젖어있다. 79년 부마 사태는 대학생의 뜨거운 피눈물이 젖었다. 필자의 고향은 거창 양민 학살 사건 현장이다. 교회 영수님은 세 아들들과 함께 몰살당했다. 고향엔 분노 섞인 피눈물의 서러움이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이런 피눈물이 우리 민족의 자산이다.
518도 피눈물의 역사다. 그 시대와 정황과 피 묻은 사연을 생각하면 맘이 아린다. 518은 피, 땀, 공포 그리고 눈물에 젖은 그 처절한 아픔을 극복한 역사다. 518은 우리 자랑이요 자산이다. 우리는 518 동력으로 미래를 향해야 한다. 우리는 518을 포함한 모든 피눈물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배재고 야구팀 사태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 야구부와 시합 중에 배재고 2학년 한 학생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선창했고 다른 학생들이 따라 했다. 다른 학생은 “탱크 데이”라고 외쳤다. 큰 실수다. 이에 야구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 이것은 고3 학생 진로 준비에 치명적이다.
배재고 학생 선수의 구호가 얼마 전에 있었던 스타벅스 광주사태와 연관된 구호로 보인다. '스타벅스 광주사태'는 2026년 5월 18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진행한 '탱크데이' 프로모션이 5·18과 민주열사를 조롱·희화화했다는 비판과 비난을 받은 사건이다.
일련의 사태를 보며 우리 사회의 역사의식을 생각한다. 우선 역사 해석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다른 해석과 다른 생각을 설득하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스타벅스는 비판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의 몫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정치적 린치는 치명적으로 천박했다. 천박한 스타벅스를 혼내려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천박을 선택했다. 안타깝다!
배재고 학생들이 스타벅스를 언급하고 탱크를 언급한 것은 명백히 부적절하다. 하지만 학생들 미래를 막는 6개월 시합 정지는 더 부적절하다. 과연 청소년들이 대단한 철학과 생각을 갖고 도발했을까? 그들은 깊은 생각없이 상대를 골려주고 상대팀이 평정심을 잃어 시합을 잘 못하도록 외친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는 구호’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회는 죽일 듯 덤빈다.
설령 그 구호가 한두 학생의 진심이었을지라도 팀이나 학교 전체를 비난하고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폭력의 희생자를 보호하고 그들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옳을까? 518에 등장했던 탱크만큼이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처사로 보인다.
성숙한 사회는 역사의식이 있다. 역사의식은 과거의 교훈을 현재 삶에서 실천하는 실천력이다. 아울러 역사의식은 미래의 소망과 기대를 실천하는 것이다. 역사의식이 있는 사회는 과거 교훈을 거울삼아 현재 문제를 성찰하고, 미래의 희망과 도전에 반응하며 오늘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겁먹지 않고 현재를 용기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518은 우리의 아픈 과거이고 우리 역사다. 그 아픔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그 눈물, 한숨, 땀 그리고 피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민족의 공존과 미래의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 과거 때문에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고 또 다른 상처와 반목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518 정신에 어긋난다. 철없는 학생들 실수를 518정신으로 품어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