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성서공회(American Bible Society, 이하 ABS)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성경 현황'(State of the Bibl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사회와 성경의 관계가 단순한 개선이나 악화의 흐름으로 설명되지 않는, 보다 복합적인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반 동안 성경 판매 증가와 종교 행사 참여 확대가 이어지며 신앙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올해 조사 결과에서는 성경 활용률이 전반적으로 2024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표면적 수치 이면에는 여전히 성경에 대한 관심과 개방성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후퇴'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급증했던 '가끔 성경을 읽는 층'의 참여는 2026년 들어 감소했다. 특히 남성층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가끔 성경을 읽는 남성 비율은 17%에서 10%로 하락했다.

반면 매주 혹은 그 이상 성경을 읽는 '적극적 사용자'는 지난 3년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성경을 읽는 남성 비율은 2024년 22%에서 2026년 24%로 소폭 증가하며, 성별 격차 역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단기적 관심은 줄었지만, 핵심 사용자층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도 눈에 띈다. 성경 사용이 대학 교육을 받은 계층에서는 감소한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역별로도 뉴잉글랜드와 태평양 연안에서는 줄어든 반면, 중부 대서양과 남동부 지역에서는 증가세가 확인됐다. 이 같은 양극화는 성경 활용이 문화적·사회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점은 이른바 '이동 가능한 중도층'(Movable Middle)'의 확대다. 이들은 성경에 대해 열린 태도와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읽지는 않는 집단이다.

이 중도층의 존재는 전체 성경 활용률은 줄어든 이 시대에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성경에 대해 긍정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사람들이 성경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 현상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일 수 있다"며 "새로운 습관 형성 과정에서 반복되는 시도와 중단은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이해했다.

조사 결과, 미국인 중 성경 전체를 읽은 비율은 17%에 그쳤지만, "절반 이상을 읽었다"고 답한 비율은 50%였다. 특히 "성경이 삶을 변화시켰다"는 데 강하게 동의한 사람들의 64%는 성경 대부분 또는 전체를 읽은 경험이 있었다. 반대로 "성경은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쓰였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의 60%는 성경을 거의 읽지 않았거나 전혀 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성경에 대한 인식이 실제 경험의 깊이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나타냈다. 

성경 활용 방식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확인됐다. 성경 읽기 계획을 따르는 응답자의 74%는 "성경 대부분 또는 전부를 읽었다"고 답했다. 적극적 사용자들은 전체 맥락을 읽고, 정기적인 루틴을 만들며, 공동체적 성경 공부에 참여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중도층은 짧은 구절 중심의 단편적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모든 접근 방식이 의미 있지만, 깊이 있는 참여로 이어지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성경 접근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디지털과 오디오, 영상 형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인쇄본 성경은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매체로 나타났다. 성경 이용자의 75% 이상이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인쇄본을 사용한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과 인쇄를 동시에 활용하는 '혼합형 접근'을 보이고 있다. 오디오와 영상 성경 역시 이들 세대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

이는 성경 전달 방식이 단순한 형식 선택을 넘어,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