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어린 시절부터 국어와 영어를 잘했던 나는 수학이나 과학 등엔 별 취미가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 영문학을 전공하며 고전의 숲속에서 행복해했던 내게 수학과 과학은 차가운 금속성 기계처럼 낯설게만 느껴진 게 사실이다. 정말 과학책은 펼치자마자 덮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신학교 교수가 되면서 과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과학이나 천체 물리학이나 의학을 깊이 연구하는 학자들 가운데 신앙인들이 많다.

[2] 문학보다 더 극적이고 고전보다 더 깊이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사실은 정교한 ‘과학적 설계도’ 위에 세워져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다. 그러나 성경은 모든 과학의 근원이 되시는 ‘창조주’의 기록이다. 시편 기자는 일찍이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 19:1).

[3] 천체 물리학자가 거대한 망원경으로 우주의 성운을 관찰할 때 느끼는 경외감과, 신학자가 성경의 한 구절을 깊이 묵상할 때 느끼는 감동은 결국 한 지점에서 만난다.
지구가 자전축을 23.5도 기울여 생명이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는 것, 인체의 세포 하나하나가 복잡한 DNA 정보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복제해 내는 것 등은 단순한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지성적’이다.

[4] 문학이 인간의 마음을 위로한다면, 과학과 의학은 그 마음이 담긴 육체와 우주가 얼마나 정교한 하나님의 ‘작품’인지를 증명해 준다.
인문학과 과학, 신앙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천재적인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으며,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영성을 지닌 사상가 중 한 명이었다.

[5] 파스칼은 수학의 ‘확률’과 과학의 ‘기압’ 원리를 찾아낸 위대한 과학자였지만, 그의 인생 마지막을 채운 것은 하나님을 향한 진심 어린 고백이 담긴 책 『팡세』였다. 그는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불렀는데, 이는 인간이 갈대처럼 연약하지만 동시에 생각할 줄 아는 위대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그는 똑똑한 머리로 세상을 탐구했지만, 결국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영역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6] 그에게 과학은 하나님을 부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대함을 더 잘 보여주는 돋보기였고, 수학은 하나님의 솜씨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현미경이었다.
파스칼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 결코 비논리적인 일이 아니라, 가장 지혜롭고 합리적인 선택임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과학과 의학을 깊이 연구할수록 신앙인이 많아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7] 설계도를 깊이 들여다볼수록 설계자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학자가 인체의 신비를 연구하며 창조주의 정교한 손길을 느끼고, 물리학자가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며 질서의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문학과 고전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풍성하게 느끼는 ‘감각’이 되고, 과학적 통찰은 그 세상을 지탱하는 ‘뼈대를 이해하는 안목’이 된다.

[8] 성경은 결코 비과학적인 신화가 아니다. 오히려 과학이 다 설명하지 못하는 ‘근원적 진리’를 품고 있는 초(超)과학적 계시이다. 이제 나는 과학책을 펼치기를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그 활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가장 위대한 작가이자 과학자이신 하나님의 숨결을 더 강력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감성과 과학적 이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의 신앙은 더욱 견고하고 풍성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9] 영국의 철학자 안토니 플루(Antony Flew)는 20세기 후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신론자였다. 그는 “신이 없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신론이 기본값이어야 한다”라는 논리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같은 현대 무신론자들에게 거대한 영감을 준 인물이었다. 그러던 그가 노년에 이르러 현대 과학, 특히 DNA의 복잡한 구조를 연구하며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10] 그는 생명체의 기원을 연구하면서, 단순히 물질이 우연히 결합한다고 해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고도로 정교한 소프트웨어(정보)’가 입력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4년, 그는 평생 지켜온 무신론을 폐기하고 창조주의 존재를 인정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단순한 물질이 스스로 ‘정보’를 생성할 수는 없다. DNA의 믿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구조 뒤에는 반드시 위대한 ‘지성’(Intelligence)이 있어야만 한다.”

[11] 그는 자신의 마지막 저서 제목인 『존재하는 신(There is a God)』에서, 원래 제목이었던 ‘신은 없다(There is no God)’의 ‘no’를 지우며 창조주의 존재를 시인했다.
결국 가장 정교한 과학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차갑고 허망한 우연이 아니라, 만물을 세밀한 계획 속에 조성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뜨거운 숨결임을 안다. 과학이나 기타 모든 세상 학문들이 그 행복한 여정을 떠나게 하는 도구들이니 어찌 무시하고 거부할 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