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생각을 다스리는가?
속도의 시대, 더 천천히 말씀에
요약의 시대, 더 깊이 본문으로
자동화 시대, 더 깨어 분별하라
말씀 돌아가면, 새롭게 하실 것
빠른 답보다 말씀 앞 무릎 꿇길

오늘 우리는 전체 이야기를 듣기보다, 편집된 결론을 더 좋아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긴 글보다 요약문을 찾고, 긴 설명보다 짧은 영상을 선호합니다. 물론 요약은 이해를 돕는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요약이 아니라, 요약에 길들여진 인간입니다. 원문을 읽고, 뜻을 헤아리고, 숙고한 뒤 판단하기보다, 먼저 정리된 답을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생각을 멈추는 습관이 우리 안에 깊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생활 방식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의 사고 질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읽는 수고를 줄이고 이해의 과정을 생략하고 분별의 책임을 외부 도구에 넘겨버리는 삶은, 우리의 지적 체력만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신앙의 차원에서는 영적 분별까지 무디게 만듭니다. 생각하지 않는 습관은 결국 믿음도 얕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서 인공지능은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핵심을 추출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형식으로 문장을 재구성합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참으로 유익한 도구입니다. 시간을 절약해 주고, 수고를 덜어 주고, 복잡한 정보를 손쉽게 다루게 해 줍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의 행동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분석되고, 마음의 욕망마저 측정 가능한 반응으로 바뀌며, 우리의 선택도 보이지 않는 설계 안에서 유도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을 존귀한 인격체로 보기보다, 계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시선입니다.
그리고 인간을 숫자와 반응으로 다루는 질서는 오늘도 조용히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AI가 주는 효율과 편의 뒤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효율성은 유용한 도구적 가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효율성 그 자체가 선은 아닙니다. 악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자율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책임지는 인격적 행위는 중요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기준이 되려는 자율성은 교만과 불순종과 반역의 죄라고 성경에서는 말씀하고 있습니다.
에덴에서 인간이 넘어졌던 자리도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하나님처럼 되고자 했던 욕망, 하나님 없이 판단하려 했던 교만, 이것이 죄의 뿌리였습니다.
이제 교회는 분명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교회는 편리한 답을 빠르게 소비하는 공동체가 돼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진리를 깊이 읽고, 오래 묵상하고, 함께 분별하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AI가 요약해 준 문장, AI가 제시한 결론, AI가 만들어 낸 그럴듯한 설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 말씀 앞에서 그것들을 시험하고 검증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교회는 결국 진리를 잃어버린 교회가 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AI 이전 시대보다 더 깊이 말씀을 알아야 하고, 더 단단히 믿음 위에 서야 하며, 더 엄격하게 분별해야 합니다.
성경의 기준으로 참과 거짓을 밝혀내려면 여전히 시간과 수고가 들고, 기도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노력을 게으름 때문에 생략한다면, 결국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 가공된 결론이 될 것입니다. 그때 AI가 만든 문장은 단지 편리한 문장이 아니라, 거짓 교훈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싸움은 기술 사용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싸움은 누가 우리의 사고를 다스릴 것인가에 대한 싸움입니다. 속도의 시대일수록 더 천천히 말씀 앞에 서야 합니다. 요약의 시대일수록 더 깊이 본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자동화의 시대일수록 더 깨어 분별해야 합니다.
하나님 중심의 질서는 편리함으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말씀으로 돌아가려는 거룩한 결단과 끝까지 진리를 붙들려는 영적 전쟁 속에서만 지켜집니다. 교회가 그 싸움에서 물러서면, 세상은 우리의 생각을 대신 정리해 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말씀으로 돌아가면, 하나님께서 다시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답이 아닙니다. 더 깊은 분별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요약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말씀 앞에 무릎 꿇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에 교회가 취해야 할, 하나님 중심의 질서를 지키는 거룩한 길입니다.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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