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 한인교회들은 다음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청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반백의 성도들만 남겨진 교회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에 대한 중대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세대 불통과 세대 단절, 수직적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젠지(Generation Z, 1995년부터 2010년생까지) 세대들에 더해, AI로 인한 급격한 변화까지 합세해 교회의 미래는 더욱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
한인교회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건강한 세대교체가 가능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미드웨스턴 대학교 권혁수 교수는 ‘당회의 리더십의 위임’, ‘당회의 밀레니얼 세대의 수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AI 논의, 실용과 추상의 양극단에 치우쳐
CTS 아메리카 대담을 위해 LA를 방문한 권혁수 목사를 만났다. 그는, 교회 안의 AI 논의가 ‘실용적인 논의’에 치우쳤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추상적인 논의에 치우쳐 있다며, 그것으로는 당장 교회가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에 대한 많은 논의들,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설교에 AI를 어떻게 활용하나, 성경공부를 만들거나, 교회 행정에 활용하는 방법 같은 것이다. 그런데 실용적인 방법만으로는 이민교회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또 학자들은 또 너무 깊은 얘기를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 생성형 AGI가 나오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같은 논의가 있다. 그런데 너무 추상적이고, 당장 현실이 힘든데 적용이 안 된다. 그래서 중간적인 부분이 필요한 것 같다.”
AI의 등장으로, ‘디지털 네이티브’인 다음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간의 간극이 커지는 가운데, 권혁수 교수는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같은 KM 안에서도 세대 격차
권혁수 교수는 미드웨스턴 대학이 있는 캔자스 시티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을 통해 이민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접근했다.
“M세대 이후로는 기존 교회의 구조, 특히 리더십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교회가 전달해 온 메시지가 그대로는 충분히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M세대까지는 어느 정도 기존 방식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30대 이하 세대는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편, 제가 있는 지역 캔자스시티 뿐 아니라 LA, 애틀랜타, 시카고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전통적인 교회 중심 모임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연합해 예배드리는 모임들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이것은 다음세대들에게도 영적인 갈급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그 갈급함을 채우는 방식, 즉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 복음을 살아내는 방식, 그리고 메시지는 이전과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KM과 EM을 구분해왔는데, 이제는 KM 자체도 하나의 단일한 집단으로 보기 어려워 졌다. 최근 이민 온 분들과 80-90년대, 혹은 60-70년대에 이민 온 분들은 같은 KM 안에서도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1세대 내에서도 40대 이상, 이른바 ‘아날로그 세대’와 그 아래의 ‘디지털 세대’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아래 세대로 갈수록 더욱 급격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러한 변화 가운데, 교회가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문화적 맥락화”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선교학에서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복음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문화적 적용’만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 문화의 틀을 강요하기보다 복음의 본질은 유지하되 표현 방식은 유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수직적 권위 중심 구조 VS 수평적 개인주의적 구조
그는 ‘현재 교회내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나갔다.
“그런데 현재 교회의 경우, 여전히 50~60대 이상의 세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문화 자체가 다소 수직적이며, 권위 중심적인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집단 중심적이고 위계적인 구조 속에서, 서열과 과정을 따라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조직 안에서 아래 단계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방식이 일반적이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통용되는 질서였다.”
치열한 경쟁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후 퇴사하는 GenZ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M세대와 Z세대에게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많은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2~3년 만에 퇴사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위계적인 조직 문화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오래 기다려도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는 구조 속에서 버티기보다, 자신의 열정과 강점을 바로 표현하고 의미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와 같은 흐름은 이민교회나 한인교회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과거에는 교회 안에서도 일정한 사역의 경로가 존재했다. 교육부 전도사로 시작해 청년부를 거치고, 교구 목사로 이어지는 비교적 명확한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한국교회에서는 목회자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MZ세대 목회자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세워야 할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일반 성도들의 경우에도 20대, 30대, 40대 초반 세대는 교회의 의사결정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국 교회는 여전히 주요 결정이 당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방식은 젊은 세대에게는 충분히 공감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은 그들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하지만 그들의 의견이 교회의 전체적인 계획 속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교회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거나 점점 거리를 두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 교회를 떠나 자신들만의 예배 모임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로 나타난다.
다음 세대로 주체성을 위임해야 한다
세대 간의 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으로 그가 제시하는 것은 ‘주체성의 위임’이다. 그는 이러한 한인교회 내 구조적 변화에 더해,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재정의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접근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핵심은 ‘주체성’을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교회 이탈은, 그들 의견이 교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인교회를 보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다가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마음의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주체성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강한 주체성의 이민 1세대 목회자 VS 기존 시스템 안에 조율 ‘후임 목회자’
그는 이민 1세대와 달리, 후임 목회자들이 ‘기존 시스템의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것이 1세대와 후임 목회자 사이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 이 지점에서 사역자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이전 세대, 특히 이민 1세대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교회를 세워 왔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 가야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한 주체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를 어디에 세울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심지어 매뉴얼까지도 스스로 만들었다. 본인이 결정하면 그것이 곧 기준이 되었고, 그 결정에 공동체가 함께 따라가는 구조였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강한 주체성을 가진 목회가 가능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의 후임 목회자들이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미 시설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교회의 문화와 운영 방식도 형성되어 있다. 또한 기존의 리더십 구조 안에서 사역을 조율해야 한다.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자신의 목회 철학과 방향성을 자유롭게 펼치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기존의 방식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세대 간 인식의 간극도 발생한다. 1세대는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해냈는데, 왜 지금은 하지 못하느냐’고 말할 수 있고, 후임 세대의 입장에서는 “이전 세대는 오히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형성된 특징을 두고, 어떤 이들은 이들을 ‘주체성이 약한 세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체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이것이 후임 목회자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이다. 이전 세대는 성장의 흐름 속에서 목회를 경험했다. 반면 지금 세대는 이미 많은 것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교회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사도행전 6장 일곱 집사 피택
권혁수 교수는, 초대교회 헬라파 유대인과 히브리파 유대인의 갈등 상황 속에서, 이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다. 그는 이 초대교회 안의 두 파 사이의 갈등이, 오늘날 한인교회 안의 KM과 EM 사이의 갈등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사도행전 6장, 헬라파 유대인들이 그들과 히브리파 유대인 사이에 양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자 불만을 제기한다. 헬라파 유대인들은 예루살렘과 유대 지역에서 성장한 유대인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1세기 기록들을 보면, 예루살렘 안에서 헬라어를 사용해 예배를 드린 헬라파 유대인들의 회당이 존재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사도들이 단순히 바빠서 헬라파 유대인들을 돌보지 못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오늘날 KM 목회자들이 EM 공동체의 문화와 필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세밀하게 돌보지 못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즉, 문화적 차이로 인해 그들의 필요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사도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베드로는 ‘너희 가운데서 리더를 세우고 그들에게 맡기겠다’고 결정한다. 즉, 그 공동체 안에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곱 명의 리더를 세우고, 그들에게 안수하여 사역을 맡겼다.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에 나타난 변화이다. 헬라파 공동체의 필요가 효과적으로 채워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 가운데서 새로운 사역의 확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헬라파 회당에서 말씀을 전했던 스데반, 사마리아로 나아가 복음을 전했던 빌립, 그리고 안디옥에서 이방인 선교의 문을 연 바나바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유대 중심의 사역 범위를 넘어, 더 넓은 지역과 더 다양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이 오늘날 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지금 교회 안에서는 MZ세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논의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MZ세대라기 보다는, 그보다 윗세대인 경우가 많다. 다음 세대를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는 매우 의미 있지만 여전히 ‘외부자의 시선’에서 다음 세대를 바라보고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선교학에서도 비슷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선교사는 현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는 현지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교회를 세우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 원리를 교회 안에 적용해 본다면, 해결책은 바로 그들 안에 있는 사람들을 세우는 것이다.”
젊은 목회자가 왔지만, 당회는 아날로그
당회, 밀레니얼 세대를 수용해야
“이미 40대 초반의 밀레니얼 세대 가운데 교회의 중직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교회가 선택했던 방식은 주로 ‘젊은 목회자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젊은 목회자가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설교와 사역을 통해 젊은 세대가 다시 교회로 유입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물론 일부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왜 잘 안됐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2대, 3대 목회로 넘어가면서 교회의 주도권이 더 이상 단일 목회자에게 있지 않고, 당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회를 구성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세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목회자가 와서 새로운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하게 되면, 그것이 기성 세대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본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과 충돌이 쌓이게 되고, 결국 갈등을 이겨내지 못해 젊은 목회자가 상처를 받고 떠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결국 교회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당회, 안수집사회, 권사회, 여전도회 등 핵심 리더십 안에 밀레니얼 세대가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밀레니얼 세대가 형, 누나, 언니 역할을 하면서 그 아래 Z세대와 알파세대(2010~2024년생)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를 준비한 교회가 건강한 공동체로 세워질 것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밀레니얼 세대가 이제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1980년대생부터 밀레니얼로 본다면 이미 40대를 넘었고, 사회에서는 중견 역할을 감당하는 세대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젊은 층’ 혹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세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의 경력, 지식, 신앙적 훈련, 그리고 교회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면 부족한 점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이 당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주요 모임의 리더로 세워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회의 예산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MZ세대를 대표하여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들이 주도적으로 사역을 이끌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새로운 시도에는 항상 잡음이 따른다. 오해도 생기고,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생길 수 있다. 때로는 비판과 갈등도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러한 시도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실험적인 시도를 허용하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면 괜찮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도들이 당장 큰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오히려 그 과정에서 교회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시도들이 점진적으로 쌓여간다면, 5년, 10년 후에는 그렇지 않은 교회와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결국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가 준비된 교회만이 지속적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