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에서 18개월간의 정치적 혼란과 소수자 폭력 사태가 이어진 끝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이하 BNP)이 2월 12일 총선에서 3분의 2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를 확보하고 타리크 라흐만(Tarique Rahman)이 총리로 취임하면서, 약 50만 명에 달하는 방글라데시 기독교 공동체는 희망과 경계심이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라흐만 총리는 취임 5일 만에 모든 종교 성직자에게 월별 수당과 명절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무슬림 다수 국가인 방글라데시 역사상 비무슬림 지도자에게까지 이 같은 혜택이 확대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알베르트 로자리오 신부는 이 조치를 환영하며 "정부가 나라를 아름답고 조화롭고 공정하게 다스리도록 교회가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세바스티안 투두 주교는 수당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톨릭 성직자들은 급여를 받지 않고 하느님께 삶을 바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수당 지급을 구실로) 미래에 정부나 정치적 압력이 있을 수도 있고, 우리를 이용하려 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방글라데시 하나님의성회 총감독 마이클 케인 목사는 이번 선거 결과를 신자들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모든 교회가 함께 기도했고, 주님께서 응답하셨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가톨릭 주교회의, 방글라데시 연합교회 포럼, 방글라데시 기독교 협회도 각각 성명을 내고 BNP의 집권을 축하하며 새 정부가 소수 공동체의 안보와 평등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베조이 니세포루스 대주교는 새 지도부에 "방글라데시를 '편안함과 안전, 희망의 안식처'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기독교 지도자들이 새 정부를 순수한 희망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위 성직자는 현재 상황을 축하보다는 조심스러운 안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그는 "나라가 어느 정도 안정됐고, 이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필립 P. 아디카리 주교는 헌법적 보장이 일상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밝혔다. 그는 소수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류상의 약속이 아니라 안전, 정의, 차별 금지에 대한 실질적 보장이라고 강조하면서, 기독교 공동체가 오랫동안 교육·의료·사회 개발 분야에 기여해 온 만큼 정책 대화에서 단순한 관용이 아닌 의미 있는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인 목사는 "새 정부에 대한 교회의 기대는 모든 사람에게 종교적 실천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사법 시스템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며, 특히 정부 기관에서 부패가 근절돼야 한다"고 더욱 직접적으로 말했다.
방글라데시 헌법은 모든 종교 시민에게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 종교인들은 이 헌법이 토지 분쟁이나 이슬람 모독 혐의 사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인권단체들은 임시정부가 통과시킨 사이버 보안 조례가 '종교적 증오'와 '종교적 감정 훼손'을 여전히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합법적인 종교적 표현마저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방글라데시 힌두 불교 기독교 연합 협의회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최소 2,673건 발생했으며, 여기에는 살인·성폭력·주택 및 종교 시설 파괴가 포함됐다. 임시정부는 이 수치를 부인하며, 폭력의 대부분이 종교적 갈등이 아닌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다카의 교회들도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다. 2025년 11월에는 다카 대성당과 성 요셉 학교 및 대학에서 수류탄이 터졌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다카 국립교회협의회 건물 인근에서 폭탄이 터져 무슬림 청년 한 명이 사망했다. 통합협의회는 12월 한 달에만 전국 51건의 집단 폭력 사건을 기록했다.
오픈도어에 따르면,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이들과 소수민족 출신 기독교인들이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다. 급진 단체들은 정치적 공백을 틈타 가정교회를 공격하고 재산을 불태우며 신앙을 포기하도록 압박했다. 사트키라 지역의 기독교인 사부즈 골다르는 "약 50명이 몽둥이와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몰려왔다"며 "우리는 이 나라의 시민이다. 왜 정의를 받지 못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마트 이슬라미는 당 역사상 최다인 68석을 확보하며 처음으로 제1야당이 됐다. 셰이크 하시나 정부 시절 금지됐다가 임시정부에 의해 2025년 중반 금지령이 해제된 이 정당의 부활은 소수 공동체에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또 다른 이슬람주의 단체 헤파자트-에-이슬람의 공동 사무총장은 "2025년 5월 선거 후 샤리아를 시행할 것이다. 이슬람이나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자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글라데시 힌두교·불교·기독교 연합 협의회의 한 익명의 지도자는 "자마트의 종교적 근본주의가 방글라데시의 종교 다원주의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타리크 라흐만(Tarique Rahman·60) 새 총리는 17년간의 런던 망명 생활을 마치고 2025년 크리스마스에 귀국해, 7주 뒤 총리에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방글라데시는 정당, 종교, 민족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의 것"이라며 포용적 통치를 약속했다. 케인 목사는 "오랜 해외 생활이 그를 변화시켰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케인 목사는 "기도와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며 "성경에 권위 있는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명령이 있으므로 우리는 타리크 라흐만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 그의 보호를 위해, 그리고 내각이 우리 나라를 위해 용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