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 남성보다 더 종교적이라는 것은 여러 문화와 종교 전통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종교적 신앙이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화하고 사회적·경제적·법적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여성이 여전히 더 종교적이라는 점은 역설로 남아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워릭대학교 사샤 베커(Sascha Becker) 교수와 코펜하겐대학교 지넷 신딩 벤첸(Jeanet Sinding Bentzen), 루뱅 가톨릭대학교 춘치 콕(Chun Chee Kok) 공동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젠더와 종교: 조사』(Gender and Religion: A Survey)라는 논문에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설문 데이터를 분석해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종교 전통에 공감하고, 기도를 자주 하며, 신앙을 삶의 중심으로 삼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기독교 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무슬림과 유대교 사회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종교 행사에 참여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의 높은 종교 참여율이 감정 표현과 돌봄 역할, 위험 회피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도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과거 연구는 여성의 종교 참여가 가정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봤다. 최근 데이터에서는 집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종교 실천 수준이 낮아지면서 성별 격차가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종교 공동체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면서, 여성들이 사회적 박탈을 경험할 때 의미와 인정, 리더십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한국의 20세기 초 사례처럼 여성 기독교 지도자의 등장은 교육과 공적 생활 참여 확대와 연결되기도 했다.
종교가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교육 접근성, 결혼 시기, 노동시장 참여, 생식권, 출산율, 성별 선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인된다. 종교적 사상은 법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며,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기도 하지만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초기 개신교 운동은 문해력 향상을 통해 여성의 교육 참여를 촉진했으나, 탈레반 통치는 종교를 이용해 여성 교육을 철저히 배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논문에 따르면, 성별 격차는 현대화, 세속화, 성평등의 정도에 따라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매우 세속적인 국가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종교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논문은 "잠재적 사회화 효과는 결혼 여부에 따라 종교성이 변하는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연구 결과, 기혼 여성이 미혼 여성보다 더 종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결혼과 모성이 종교적 참여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높이기 때문일 수 있다"며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 자녀를 종교적으로 양육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세속적 경쟁'의 역할을 강조했다.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예배에 할애된 시간과 경쟁할 때, 스포츠나 사교 클럽 같은 비종교적 공동체 활동으로 종교 참여를 대체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남성과 여성의 종교성 격차가 고령층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으나, 호주·유럽·북미의 젊은 세대에서는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흥미롭게도 젊은 남성은 종교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변하는 반면, 젊은 여성은 조직화된 종교에서 멀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일부 회중이 가부장적 남성성을 강조하고 기독교 민족주의적 성향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베커 교수는 "현대화와 세속화가 성별 격차를 해소할지, 아니면 더 깊은 요인들이 여성들을 신앙으로 이끄는지 여전히 중요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종교가 가부장적 규범을 촉진하면서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종교적이라는 점은 분명히 수수께끼"라며 "단일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