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선교사 케빈 라이드아웃(Kevin Rideout·50)이 지난 10월 21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이 대통령궁 인근 자택에서 신원 미상의 세 남성에게 납치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행방이 묘연하다. 이 사건 발생 이후 어떤 단체도 자신의 소행임을 주장하거나 몸값을 요구하지 않아, 현지 교회와 선교사들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OSV뉴스에 따르면, 니제르 마라디 교구에서 활동 중인 어거스틴 안우치(Augustine Anwuchie) 신부는 "이번 사건은 불안과 두려움, 불확실성을 남기고 있다"며 "범인이나 피해자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납치 사건에서는 범인들이 인질 가족들과 접촉하며 명확한 요구를 했으나,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드아웃은 미국 기반의 국제 선교단체 'Serving in Mission'(SIM) 소속으로, 2010년부터 아내 크리스타 및 네 자녀와 함께 니제르에 거주해 왔다. 그는 형 이안과 함께 조종사로 활동하며 니제르와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선교사와 장비를 운송했다. 아내 크리스타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한편, 새로 온 선교사들을 환영하고 음악 교육과 고아원 봉사 등 다양한 사역을 이어 왔다.
미 국무부는 라이드아웃의 석방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바 있으나,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장과 외교 관계 악화로 인해 구출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미군의 니제르 철수와 드론 기지 폐쇄로 현지 작전 능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니제르는 인구 약 3천만 명 중 기독교인이 2% 미만에 불과한 무슬림 다수 국가다. 사헬 지역에 위치한 니제르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 조직과 연계된 폭력으로 심각한 인도주의 및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2년 한 해에만 180건의 공격이 발생했으며, 2023년 7월 쿠데타로 압두라하마네 치아니(Abdourahamane Tchiani) 장군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혼란은 더욱 심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몇 년간 니제르와 인근 국가에서 외국인 선교사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020년 미국인 필립 월튼(Philip Walton) 선교사는 납치 후 며칠 만에 미 특수부대에 의해 구출됐으며, 2016년 미국인 제프리 우드키(Jeffery Woodke) 선교사는 납치돼 6년간 억류된 뒤 2023년에 석방됐다.
이탈리아 선교사 피에르 루이지 마칼리(Pier Luigi Maccalli) 신부는 2018년 납치돼 2년간 구금됐다. 올해 10월에는 오스트리아 시민 에바 그레츠마허(Eva Gretzmacher)와 스위스 시민 클라우디아 압트(Claudia Abbt)가 니제르에서 납치된 뒤 아직 소식이 없다.
안우치 신부는 "일부 선교사들이 현지 교회의 협상, 자국 대사관, 국제 교회 파트너들의 개입으로 석방됐다"며 "이번 사건 역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