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법과정의센터(European Centre for Law and Justice, 이하 ECLJ)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튀르키예 내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폭력과 차별이 '일상화된 증오'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교황 레오 4세가 니케아 제1회의 17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한 시기와 맞물려 발표돼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ECLJ는 52쪽 분량의 '튀르키예 내 기독교인 박해' 보고서에서 "지난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튀르키예 당국이 교황을 환영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기독교 공동체가 겪는 폭력과 제도적 배제를 상세히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튀르키예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은 여전히 현실이며, 무장 공격, 표적 공격, 노골적인 위협 등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해 새해 전야 이스탄불 첵메쾨이 지역에서 발생한 쿠르툴루슈 개신교회 총격 사건과, 2024년 1월 28일 이슬람국가(IS) 소속 총격범들이 산타 마리아 로마가톨릭교회에서 미사 중 신자를 살해한 사건이 포함됐다. 피해자는 정치와 무관한 튀르키예 국적의 툰서 지한(Tuncer Cihan·52)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사건들이 기독교 공동체의 불안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대부분 증오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튀르키예 교육 시스템이 이슬람을 국가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반면, 기독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증오 발언을 조장하고 있다"며 "특히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들은 가족 내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맥락에서도 튀르키예 기독교인의 상황은 악화돼 왔다. 보고서는 "폭력, 강제 이주, 법적 배제, 제도적 탄압을 통한 다층적 제거 정책이 지난 한 세기 동안 기독교인 인구의 극적인 붕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체 인구 대비 기독교인 수는 20세기 초 20%에서 현재는 0.3% 수준(약 25만 7천 명)으로 감소했다. 

ECLJ는 "튀르키예의 법적·정치적 환경이 로잔 조약을 좁게 해석하고, 수니파 이슬람을 국가 정체성의 상징으로 삼는 서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기독교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소외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튀르키예는 오픈도어가 선정한 2025 기독교 박해국 목록에서 45위에 올라 있다.

지난 10월 16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서도 ECLJ는 튀르키예 내 기독교인들의 열악한 상황을 강조했다. 티보 반 덴 보스쉐(Thibault Van den Bossche) 옹호 담당관은 "정치, 언론, 사회적 서사가 기독교인을 외국인, 의심스러운 존재, 국가 안보 위협으로 묘사하며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132명의 외국인 기독교인이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았고, 가족까지 포함해 303명이 그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부인이 여전히 공론을 형성하며, 고대 기독교 공동체에 낙인을 찍고 있다"고 덧붙였다.

ECLJ는 튀르키예 정부에 기독교 공동체 및 단체의 법적 인격을 인정하고 재산권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이스탄불 위스퀴다르 당국이 역사적인 세인트 세이비어 아르메니아 병원 재단의 토지 등기 등록을 거부한 사건이 언급됐다. 또한 기독교 재단 이사회의 자유롭고 정기적인 선거 보장과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의 완전한 이행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