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잘리고도 살아남아... 내가 북한 인권 외치는 이유"

"대한민국에 처음 왔을 때, 먹다 남은 쌀밥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걸 보고 울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그 한 숟가락이 생명이었습니다."

제21회 교회법 세미나가 11월 1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하나님의 법과 남북통일의 당위적 소명'을 주제로 북한 인권 유린의 현실과 복음적 통일의 필요성을 성찰했다.

1부 예배는 이효종 장로의 인도로 진행됐으며, 이사장 김순권 목사가 '하나님 통일을 주옵소서'(시편 137편)를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후 김현용 장로의 축사와 김영훈 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졌고, 2부 세미나에서는 지성호 전 국회의원(현 함경북도 도지사, 이북5도기독인회 회장)이 첫 발제자로 나서 "북한 인권 유린의 현실에 따른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주제로 발제했다.

지성호 전 의원은 "하나님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나라가 북한"이라며 "겉으로는 하나님을 믿는 이들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하나님을 부르며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하나님의 사람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도의 숨소리조차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며 북한의 현실을 증언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비극을 전하며 "어릴 적엔 북한이 천국인 줄 알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믿고 살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의 아버지는 하루 1.5톤의  광석을 캐야 했던 탄광 노동자였다. 늘 쇳물을 녹이며 일했고, 얼굴은 화상 자국으로 가득했다고.

그는 일곱 살 때 학교에서 "아버지가 피땀 흘리며 노예처럼 일한다"는 글을 써 발표했다가 반동분자로 몰렸다. 그는 "그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저를 냄비가 찌그러질 만큼 때렸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우리 다 죽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보고 느낀 것을 함부로 말하거나 글로 써서는 안 되는 세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 후 찾아온 것은 굶주림이었다. 그는 "북한에서 사람이 굶어 죽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사라질 뿐이었다"고 했다. 할머니가 굶주림 속에서 "쌀밥 한 사발만 먹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그는 "그날 이후 나는 밥을 남길 수가 없다. 한 숟가락의 죄책감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인생은 13살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달리는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다 떨어진 것이다. "눈을 떴을 때 다리가 잘려 있었다. 피가 솟구쳤지만,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는 마취도 항생제도 없었다. 그는 "살을 베어내는 소리, 톱으로 뼈를 써는 감각이 다 느껴졌다. 그때는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차라리 죽게 해 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제21회 교회법 세미나가에서 김순권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제21회 교회법 세미나가에서 김순권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그는 수혈도 없이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그는 "그때는 하나님께서 나를 살려 주신 이유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팔다리를 잃은 채로, 그는 사람들로부터 '외팔이', '외다리', '병신'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때도 이상하게 마음속에 포기하지 않는 힘이 있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끈 같았다"고 했다.

살기 위해 다시 중국으로 식량을 구하러 갔다가 처음으로 복음을 접했다. "조선족 교회에서 '하나님께서 너를 사랑하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사랑'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진 세상이었으니까." 그는 "하나님께서 고위 간부가 아니라 나 같은 장애인을 사랑하신다고 하셨다. 그 말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왔을 때, 체포돼 고문을 당했다. 북한 군인은 '장애인으로 살면 나라 망신'이라고 하며 구타했다. '수령의 명예를 더럽혔다'고도 했다. 그렇게 "하나님, 제가 불쌍하지 않습니까. 장애도 서러운데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저를 탈출시켜 주십시오"고 매일같이 기도했다.

그 기도는 6년 만에 응답됐다. 목발 하나에 의지해 6천 km를 걸었다. 그는 "두만강을 건너 중국을 지나 태국 방콕까지 갔다. 짐승 밥이 될 뻔한 순간도 많았지만 하나님께서 살려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음의 길이 아니라 생명의 길이었다"고 했다. "정글을 지나며 수없이 넘어지고 피를 흘렸지만, 하나님께서 내 발걸음을 이끄셨다. 태국에서 방콕 대사관에 도착했을 때, 그 순간이 바로 기도의 응답이었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그는 처음으로 자유의 공기를 마셨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목발을 들어 보이고 있는 지성호 전 의원[당시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 ⓒ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목발을 들어 보이고 있는 지성호 전 의원[당시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 ⓒ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처 

이후의 삶은 '하나님께서 새롭게 주신 사명'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제 팔다리를 거두셨지만, 대신 말할 입과 느낄 가슴을 주셨다. 그 입은 다물고 있으라는 입이 아니라, 북한의 현실을 외치라고 주신 입이다. 그 가슴은 분노가 아니라 사랑으로 북한의 영혼을 품으라고 주신 가슴"이라고 전했다.

지 전 의원은 "지금도 죽어가는 이들이 북한에 있다. 정치범수용소의 비극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리고 북한의 아이들이 다시는 나처럼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입으로 증언한다. 하나님께서 내 생명을 살려 주신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통일의 규범적 원칙과 당위성을 주제로 발제한 김영훈 박사는 "몰가치한 인위적이고 물리적인 통일은 궁극적으로 또 다른 분열과 분쟁의 불행한 씨앗을 배태할 수 있다"며 "헌법에서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어떠한 형태의 폭정이나 자의적 지배도 배제하고 기존 다수의 의지에 의해 표현된 국민의 자주에 기초한 법치주의 정부 제재"라며 기본적 인권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 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제도,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무신론 사회의 북한주민들에게 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는 영적 회복을 도모하고 ▲인간의 기본권이 말살되는 북한 동포들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을 보장해야 하며 ▲통일신라 이래 오랫동안 영위해 온 단일민족으로서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 대결이 아닌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민족의 공동 번영을 도모할 것을 통일 기조로 제안했다.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2020년도, ‘제21대 국회 개원 국회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 ⓒ크투 DB
▲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2020년도, '제21대 국회 개원 국회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