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우리는 모두 죄 중독자

2025년 5월 28일, 여러 가지 중독(알콜, 도박, 마약, 성,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을 벗어나 회복했거나 회복하고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한 중독회복자인권재단 창립총회가 있었다. 중독회복자들에게 큰 힘과 격려가 되는 기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중독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던 이들의 지속적인 회복과 재활을 돕는 기관이 필요했다. 교회가 여러 단체와 연합하여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중독이라는 것은 어떤 행위나 물질에 종속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벗어나야지,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반복해서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중독에서 벗어났어도 유혹이 다가올 때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중복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 어쩌면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같은 죄를 반복해서 짓고 있는 우리 역시 죄의 중독의 상태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예배 가운데 임하는 회복의 은혜 

많은 중독자가 중독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얼굴을 보면 매우 어둡다. 어떤 이는 사납고 공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중독의 멍에가 그들의 육체와 영혼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독이 주는 쾌락을 넘어서는 기쁨과 회복력이 있어야 한다. 여러 기관과 회복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중독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데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중독자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손상과 무너져버린 영혼의 상처는 이성적 지식과 정보 제공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중독의 쾌락을 넘어서는 기쁨과 지속적인 회복력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독이라는 문제는 영적 싸움의 영역이다. 영적 싸움에는 복음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보혈의 은혜로 죄 사함을 받고 구원의 확신을 가질 때, 죄를 이길 믿음의 용기가 생겨난다. "그 누구도 나를 예수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확신하며 죄를 미워하고 죄의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된다.

중독회복자들 역시 십자가 보혈의 능력과 우리를 향한 주님의 극진하신 사랑을 깨닫게 되었을 때 중독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용기와 결단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진리 안에서 자유하는 기쁨으로 중독의 멍에에서 벗어나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성령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이들의 심령을 두드리며 역사하신 것이다.

가장 강력한 성령의 임재가 있는 곳이 예배다. 주변의 많은 중독회복자들이 예배 시간에 회복의 길로 돌아서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예배를 통해 자신의 죄가 깨달아지고 중독에서 벗어날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돌감람나무가 참감람나무에 접붙임되는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들 중독회복자의 얼굴을 보면 과거와 달리 환한 얼굴로 변해 가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도와야 할까?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기 전에 나의 마음 밭이 먼저 옥토가 되도록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 반복해서 죄를 짓고 넘어지는 연약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충분히 기도한 후에, 그들이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십자가 보혈의 능력을 구하며 전심으로 기도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그들의 마음 문을 열어야 한다. 논리적인 말이나 성경적 기준을 먼저 들이대며 변화를 요구하면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우리는 사랑 안에서 진리를 전하는 지혜자가 되어야 한다.

돌아오는 탕자에게 아버지는 잘못을 꾸짖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그냥 달려가 아들을 안아주었다.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 탕자를 안심시키고 회복시켰다. 중독에 빠진 그들이 마음을 열어 놓을 때 안심하고 회복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봄날 눈 녹이듯이 따뜻한 사랑과 배려로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야 한다. 햇빛이 소리 없이 방에 비췰 때 먼지가 보이듯이 우리의 삶을 통해 잔잔히 복음의 빛을 전해 주어야 한다. 그들이 중독의 수치심과 죄책감에서 회복의 자리로 나오도록, 서두르지 않고 성실하게 대하면서 예배의 자리까지 인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그리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성화의 과정과 같다. 일단 중독의 죄 용서함을 받았어도 끊임없이 강력한 중독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속적인 회복력을 공급받는 것이다. 돌감람나무가 참감람나무에 접붙여진 후 공급되는 진액을 먹고 자라나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중독 회복의 열매가 맺혀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이 지쳐 있을 때 찾아가 만나 주고, 다시 일어서도록 격려해 주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주여, 우리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영락교회 만남지 10월호 기고문)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