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Photo : ) 이훈구 장로

누군가와 점심 약속을 하게 되면 그 날이 유난히 기다려질 때가 있다. 나에게도 바로 그런 기다림의 날이 다가왔다. 일주일 전에 선교사님 두 분, 그리고 담임목사님 세 분과 함께 점심식사 약속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나는 그 약속의 시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기대감을 키워갔다.

선교사님 한 분은 40년 이상 남미와 멕시코 지역에서 선교 사역을 감당하시다가 은퇴 후 이곳에서 혼자 지내고 계신 분이었다. 또 다른 한 분은 20년 이상 남미와 멕시코에서 사역하시다가 1년 전부터 미국 국경 지역인 멕시코 레이노사(Reynosa)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었다. 이 두 분의 선교 이야기를 직접 듣고 대화를 나눌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특히 두 분의 선교사님과 내가 출석 중인 교회의 담임목사님 세 분이 모두 한국의 같은 신학대학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서로를 소개하고 교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 선교 지원 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직접 선교지에 파견되어 장기적으로 사역한 경험은 많지 않다. 가끔 단기선교로 다녀온 정도이며, 주로 후방에서 기도와 물질로 선교를 돕는 일을 해왔다. 그렇기에 선교지 한복판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복음을 전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늘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이 든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주시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난 레이노사 선교사님은 원래 남미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늦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하신 후 목사 안수를 받으시고, 선교사로 헌신하신 분이다. 벌써 23년째 남미와 멕시코에서 복음을 전하며 사역하고 있다. 그분은 현재 미국 국경 도시 레이노사에서 남미에서 이주해 온 난민 가족들을 섬기고 있다. 그들은 집도 없이 가난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선교사님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며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선교사님은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능력도 권력도 없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는 곳에 언제나 누군가를 통해 도움을 보내주시고, 그것을 통해 필요한 것을 나누게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날마다 하나님의 간섭하심과 임재하심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마피아 두목이 찾아와 “너 뭐 하는 사람이야?”라며 내쫓으려 했다고 한다. 그때 선교사님은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마피아 두목은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마피아 조직원들조차 그의 선교 사역에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교사님은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라며 감사의 고백을 전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문득 그 난민촌의 가족들에게 따뜻한 담요나 겨울옷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교사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겨울에는 그런 물품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마침 함께한 목사님과도 뜻이 맞아,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선교사님의 사역을 돕기 위한 준비를 하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비록 나는 멀리 선교지에 나가 직접 복음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그 현장에서 헌신하시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와 감동을 받았다. 후방에서 기도하고 지원하는 사람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선교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오늘의 점심 만남은 참으로 복되고 유익한 시간이었으며, 이런 만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고 선교사님이 마피아 두목에게 말했을 때 그의 마음이 누그러지고 선교 활동이 원활해진 것처럼, 우리 역시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하나님의 사랑은 끝이 없다. 과거에도, 오늘도, 그리고 미래에도 하나님은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