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모술의 두 역사적 교회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파괴된 지 거의 10년 만에 복원 작업을 마치고 공식적으로 재개관했다. 이번 봉헌식은 급격히 줄어든 지역 기독교 공동체에 희망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지난 15일 모술 구시가지에서 열린 재개관식에는 지역 주민과 성직자,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복원된 교회는 7세기에 세워진 시리아정교회 소속 성 토마스 교회(Church of Saint Thomas)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로 알려진 알타히라 성모 교회(Al-Tahira)로, 각각 오랜 역사와 신앙의 상징성을 지닌 성지다.
27세의 모술 출신 기독교인 파디(Fadi)는 복원팀의 일원으로 3년간 작업에 참여했다며, "이번 재개관은 디아스포라(해외 거주) 기독교인들에게 '이곳에 다시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바티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두 교회는 2014~2017년 IS의 점령 기간 동안 큰 피해를 입었다. 성 토마스 교회는 감옥으로 전용되었고, 알타히라 교회는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복원 사업은 2022년부터 시작되어, 전후 문화유산 복구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알리프 재단(Aliph Foundation)이 주도하고, 이라크 문화재청(State Board of Antiquities and Heritage)과 프랑스 국립문화유산연구소(INP), 가톨릭 자선단체 Œuvre d'Orient가 협력했다.
모술의 기독교 인구는 한때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약 60가구 미만으로 급감했다.
축복식에서 나지브 미카엘 무사 대주교(Archbishop Najeeb Michael Moussa)는 "이 교회들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신앙과 역사, 공동체의 기억 그 자체"라며 "신앙은 상처받을 수는 있어도 결코 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종소리는 신자들뿐 아니라 미래를 부르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복원팀은 공사 시작 전 지뢰와 폭발물을 제거하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복원된 대표적 유산으로는 13세기에 제작된 성 토마스 교회의 알라바스터 문이 있으며, 이는 지역 대리석 '파르쉬(farsh)'로 만들어져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를 새겨놓은 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다.
또한 프랑스 노르망디의 코르닐 아바르 주조소(Cornille Havard Foundry)에서 새로 제작한 종이 다시 모술 하늘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주조소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 복원에도 참여한 바 있다. 종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 "평화를 너희에게 주노라"(요 14:27)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성 토마스 교회의 재봉헌식은 시리아정교회 전례에 따라 거행되었으며, 알타히라 교회의 재봉헌식은 다음 날인 16일 진행됐다.
공식 개관식에는 이라크 칼데아 가톨릭교회의 수장 루이스 라파엘 사코 추기경, 시리아정교회 이그나티우스 아프렘 2세 총대주교, 이라크 문화부 장관 아흐메드 알바드라니, 니네베 주지사, 프랑스 대사, 유네스코 대표 등 국내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코 추기경은 "이번 복원은 단순히 돌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모술과 이라크 전역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어떠한 무장 세력과도 무관하며, 그리스도인의 윤리는 폭력과 맞닿아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극단주의와 종파주의는 국가나 평화를 세울 수 없다"며 "이 사회를 다시 형제애, 존중, 타인의 수용이라는 가치 위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에 따르면, 성 토마스 교회는 사도 도마가 인도로 향하던 길에 머물렀던 장소로, 알타히라 교회는 1743년 페르시아 침공 당시 성모의 보호로 도시가 지켜졌다는 기념비적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번 복원은 알리프 재단의 '모술 모자이크(Mosul Mosaic)'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쟁으로 훼손된 문화유산을 복구하는 국제 협력 사업 중 하나다.
사코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이 교회들의 종소리가 다시 울리는 것은, 상처 입은 신앙이 살아 있음을 알리는 상징"이라며 "그 소리가 이라크의 평화와 공존을 향한 새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