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가 여성 주교인 사라 멀럴리(Sarah Mullally)를 새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하자, 나이지리아 성공회(Church of Nigeria)가 이를 강력히 비판하며 "성경적 가르침에서의 이탈이 더욱 심화된 조치"라고 공개 성명을 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성공회는 지난 10월 3일 발표된 멀럴리 주교의 임명에 대해 "여성 리더십과 동성결합 축복 문제로 이어져 온 오랜 교리적 긴장을 무시한 파괴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헨리 C. 은두쿠바(Henry C. Ndukuba) 대주교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서 교회는 "여성 주교의 수장직을 받아들일 수 없는 다수 성공회 신자들의 신앙적 확신을 외면한 처사"라며 "특히 멀럴리 주교가 동성결혼을 지지해온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한 이번 임명을 '이중적 위기'(double jeopardy)라고 표현하며, 2023년 영국 성공회가 동성커플을 위한 기도문 사용을 승인했을 때 멀럴리 주교가 이를 "교회의 희망의 순간"이라 평가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나이지리아 교회는 "이번 선출은 세계 성공회 공동체가 더 이상 영국 성공회와 캔터베리 대주교의 지도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확인한 사건"이라며, 자신들이 전통주의 성공회 네트워크인 가프콘(GAFCON, Global Anglican Future Conference)과의 연대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 주교들로 구성된 가프콘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번 발표를 "슬픔의 소식"이라 표현하며, 8,500만 명 규모의 세계 성공회 내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프콘 의장 로랑 음반다(Laurent Mbanda) 대주교는 "영국 성공회가 이미 분열된 공동체를 더욱 갈라놓을 인물을 선택했다"며 "이번 인사는 캔터베리가 더 이상 세계 성공회의 통합 상징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멀럴리 주교가 안수 서약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반하는 모든 그릇된 교리를 몰아내겠다"고 맹세했음에도, 동성결합 축복을 지지하며 "성경적 혼인과 성윤리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음반다 대주교는 이어 "성공회 20조(Article XX)는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에 반하는 어떤 것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며, 멀럴리 주교의 행보가 이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2008년 예루살렘에서 채택된 가프콘 선언문(Jerusalem Statement)을 인용하며 "성경의 분명하고 정통적인 의미를 지키는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프콘 지도부는 "영국 성공회가 오랜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하길 바랐지만, 이제 캔터베리는 더 이상 세계 성공회의 중심으로서 기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음반다 대주교는 "복음의 진리와 성경의 권위를 모든 영역에서 지키는 지도자들이 이제 전통적 성공회 공동체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공회 관구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 성공회는 "성경의 진리를 굳게 붙들고, 개혁주의적 의제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영국 내 동성결혼을 거부하는 신자들에게 "성도들에게 한 번 전달된 믿음을 끝까지 수호하라"고 당부했다.
가프콘은 오는 2026년 3월 3~6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G26 주교회의' 를 개최해 정통 성공회 주교들의 연대를 강화할 예정이다. 음반다 대주교는 "이번 회의는 2008년 예루살렘 창립 이후 가장 중요한 모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