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성공회가 여성 수장을 배출하면서 교단 내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3일 발표에 따르면, 사라 멀럴리(Sarah Mullally) 주교가 차기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됐으며, 2026년 3월 25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멀럴리 주교는 2021년부터 런던 주교직을 수행해 왔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성공회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다.
멀럴리 주교는 영국성공회 내에서 결혼과 성, 성 정체성 문제를 두고 수년간 진행된 협의 과정인 '사랑과 신앙 속에서의 삶'(Living in Love and Faith)을 이끈 인물이다. 이는 결국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승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멀럴리 주교는 이러한 변화가 교리 변경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러한 기도문을 사용하는 예배는 결혼 예배가 아니며, 전적으로 자발적"이라며 "교회가 동성 결혼과 관계에 대해 성직자와 회중이 가진 서로 다른 관점을 계속 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선출 소식에 대해 영국성공회복음주의협의회(CEEC)는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 CEEC는 성명을 통해 "사라 멀럴리 주교가 사도적 신앙을 지키고, 영국성공회가 역사적 교리와 규범에 재헌신하도록 촉구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CEEC는 또 "결혼과 성윤리에 대한 성경적이고 성공회적인 이해에서 벗어난 현재의 이탈이 중단되거나, 영국성공회가 미래를 위한 성경적 확신을 확보할 방법을 찾게 되는 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며 "무엇보다 그녀가 영국성공회를 이끌어 우리의 궁핍한 세상에 변치 않는 복음의 좋은 소식을 새롭게 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 성향의 가프콘(Gafcon) 운동은 훨씬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로랑 음반다(Laurent Mbanda) 가프콘 의장은 멀럴리 주교가 동성 축복을 지지한 것은 "서품 서약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회개할 것"을 촉구했다.
음반다 대주교는 가프콘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번 임명은 영국성공회가 이미 분열된 공동체를 더욱 갈라놓을 지도자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 성공회 신자들을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성공회 공동체의 다수가 여성 서품이나 동성 결합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멀럴리 주교가 '일치의 초점'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음반다 대주교는 "캔터베리 대주교들이 신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 직책은 더 이상 성공회 신자들의 신뢰할 만한 지도자로 기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멀럴리 주교는 결혼과 성 도덕에 관한 비성경적이고 수정주의적인 가르침을 반복적으로 촉진해 왔다"며 "성공회 공동체의 리더십은 복음의 진리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경의 권위를 지키는 이들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프콘은 이미 멀럴리 주교의 전임자인 저스틴 웰비 대주교의 리더십을 거부한 바 있다. 웰비 대주교가 동성 커플을 위한 '사랑과 신앙의 기도문'을 옹호하고, "모든 성적 활동은 헌신적 관계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그것이 이성애든 동성애든 상관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CEEC는 멀럴리 주교의 임명이 '어려운 시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영국성공회는 출석 감소, 재정적 압박, 교리 논쟁으로 인한 내부 분열에 직면해 있으며, 대주교 역할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더불어 영국 내 정치적 불안정, 조력 자살 법안 논쟁, 이민 문제, 유럽과 중동의 전쟁 등 국내외적 도전도 산적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