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실태, 여전한 폭력과 억압
공개 처형과 정치범수용소 실태
강제 낙태·불임, 아동·청소년 강제노동
문화·정보 유입 차단과 엄격한 처벌
국제사회, '정치적 축소' 의혹 제기
미 국무부 "인권 침해 지속 모니터링"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4년 국가별 인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처형, 고문, 강제 낙태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국가 통치 수단으로 지속하고 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공개 처형, 신체 학대, 강제 실종, 연좌제 등 폭력과 강압을 통해 통치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임의적 살해, 불법 구금, 종교·표현·언론의 자유 전면 제한, 인신매매, 강제·아동 노동 등 심각한 문제들이 여전하다.

특히 정치범, 탈북 시도자, 반체제 인사, 심지어 아동과 임산부까지 공개 처형된 사례가 보고됐으며, 주민을 강제로 참관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관리소) 5곳이 존재하며, 수감자는 8~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고문, 질병, 기아,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임신 여성, 정치범, 장애인 등에게 강제 낙태를 할 뿐 아니라, '혼혈 아기' 출산을 막기 위한 체계적 정책도 존재했다. 장애인을 강제 불임시키는 사례 역시 보고됐다. 

북한 주민들은 강제 노동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있다. 독립 노조나 단체 결성은 불가능하며, 전 노동자는 국가 통제 아래 장시간 노동과 정치 학습을 강요받는다. 임금 체불, 현물 지급 사례가 다수 보고됐고, 아동과 청소년이 건설·농업 현장에 강제 동원되는 경우도 있었다.

구금 시설은 약 206곳으로 추정되며, 이들 시설에서는 구타, 전기고문, 물고문, 성폭력 등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 수감자에 대한 성폭행, 강제 낙태, 성적 모욕 등 체계적인 폭력도 존재했다.

또한 북한은 남한의 문화, 언어, 미디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법률을 강화했다. 남한 말투를 사용하거나 노래를 부를 경우 교화노동 2년, 남한 영상 소지 시 교화노동 5~15년, 유포 시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했다. 해외 방송 청취나 외부 정보 유입도 철저히 차단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형한 사례도 보고됐다.

외교관, 언론인, 인권단체의 현장 접근은 전면 차단됐으며, 코로나19 국경 봉쇄도 장기간 이어졌다. 신뢰할 수 있는 현장 정보 수집이 어려워 탈북민 증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美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 인권 보고서.
▲美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 인권 보고서.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관련 분량은 작년 53쪽에서 23~25쪽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까지 포함됐던 북한 정치 체제 비판, 부패와 선거 불공정성에 대한 핵심 내용은 삭제됐으며, 표현과 언론의 자유 제한, 그리고 사형에 대한 구체적 사례도 일부 축소됐다.

특히 종교 자유 침해의 경우 전년 보고서에는 기독교 및 기타 종교 활동 금지 사례가 상세히 기술됐으나, 올해는 간략한 언급만 있고 세부 사례는 삭제됐다. 구금, 고문, 성폭력 관련 내용도 일부 수치와 증언 사례가 줄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인권단체와 국제 인권 전문가들이 '중요한 인권 문제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축소됐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NK뉴스는 "보고서가 여전히 폭력, 탄압, 고문, 강제 실종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언급하고 있지만, 정치적 맥락 없이 '현장 중심'으로만 다뤘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미국 지부 관계자는 "보고서 축소는 권위주의 정권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위험한 편집"이라며 "투명하고 포괄적인 기록 없이 인권은 지켜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고서가 간소화되며 인권 실태의 상당 부분이 정치적 프레임으로 재구성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 보고서가 주요 우방국에 대한 비판을 약화시켰다며 정치적 편향 우려를 제기했다.

국무부는 다음 날인 13일 논평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 중 하나"라며 "불법 처형, 고문, 강제 노동, 표현과 종교의 자유 제한 등 인권 침해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북한 인권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필요할 경우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분량 축소가 인권 정책 변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을 미국 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불법 감시, 소외된 목소리를 억압하는 법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