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애니메이션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와 <킹 오브 킹스(King of Kings, 이하 킹스)> 두 편이다.

두 작품은 서양과 동양에서 서로의 문화를 주요 소재로 삼아 제작했다는 특징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공개된 <케데헌>은 주로 무속적 요소를 소재로 한 한국 전통과 K-POP(팝)을 미국 제작사에서 해석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반면 <킹스>는 서양 문화의 근간인 기독교의 성경, 그 중 핵심인 '예수님 이야기'를,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를 원작으로 대한민국 대표 특수시각효과(VFX) 업체인 모팩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킹 오브 킹스> 중 한 장면.
▲영화 <킹 오브 킹스> 중 한 장면. 

특히 <킹스>는 지난 4월 북미에서 <기생충>을 넘어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을 불러모았고,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더빙을 맡았으며, 브라질 등 남미에서도 많은 관객들을 동원했다. 지난 16일 국내 개봉에서도 성경 기반 콘텐츠로는 이례적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025년 7월 현재 가장 핫한' 두 콘텐츠에 대한 주요 이슈들을 짚어본다.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한 두 영화 중, 먼저 <케데헌>이다(스포일러는 거의 없으나, 보는 이에 따라 그렇게 느낄 수 있으므로 유의 바란다. -편집자 주).

<케데헌>, 주 소재는 한국 무속

<케데헌>은 루미·미라·조이 등 악귀(Demon)에 맞서는 K-팝 3인조 퇴마 걸그룹 '헌트릭스(HUNTR/X)'가, 진우라는 리더가 인간의 혼을 노리는 악령들로 조직된 5인조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Saja Boys)'와 '음악'으로 대결하는 설정이다.

▲악귀들로 구성된 5인조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 ⓒ넷플릭스
▲악귀들로 구성된 5인조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 ⓒ넷플릭스 

이 영화는 겉으로 봤을 때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다. 주요 스토리가 '퇴마'인 데다, 소재만 보면 기독교에서 금지한 무속적 장치들이 대거 등장해 오히려 반(反)기독교적이다. '사자 보이즈'라는 이름에서부터 한국의 '저승사자'가 떠오르고, 실제로 마지막 무대에서 그런 복장을 하고 등장한다.

헌트릭스가 지키고 완성하려는 '악령을 막아낼 장벽' 혼문(Honmoon)부터, '귀여움'을 담당하는 '진우'의 반려동물 호랑이 더피와 까치 수지는 민화에서 차용했고, '돌팔이 한의사' 허준봉의 대사들도 의미심장하다.

남산타워부터 낙산공원, 명동과 뚝섬, 청담대교와 롯데월드타워 등 서울 곳곳이 배경으로 지나가는 가운데, 무속적 요소도 계속 등장하는 것. 헌트릭스의 무대는 영혼을 빼앗아가는 악귀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는 '혼문'을 완성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리듬을 통해 악귀를 제어한다는 설정도 무속적 상징에서 기원했다. 이에 해외에서까지 관심을 가질 'K-무속'에 대한 경계와 우려도 분명 필요하다.

▲주인공인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 ⓒ넷플릭스
▲주인공인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 ⓒ넷플릭스 

<케데헌>, 알고 보면 복음적?

그럼에도 <케데헌>을 본 일부 기독교인들은 "은혜를 받아 눈물을 흘렸다", "복음적이다", "무속을 차용했을 뿐,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는 영화로 봐도 무방"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콘텐츠를 바라보는 해석과 관점은 정해져 있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자. 먼저 캐릭터들의 뚜렷한 선악 구도와 그 속에서의 '결핍 요소'부터, 기독교인들에게 '빛과 어두움의 싸움', 영적 전쟁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 악령 '귀마'가 '아이돌(우상)'로 변장해 영혼을 빼앗는 모습은 그대로 요즘 청소년들에게 있는 현상이고, 주인공인 헌트릭스 '루미'가 선천적으로 주어진 핸디캡과 이를 멤버들에게도 보이지 않으려는 모습 등은 사탄에게 속아 죄와 수치를 가리고 숨기거나 죄와 싸워 이기려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진다.

▲헌트릭스 멤버들은 평소엔 다소 결핍이 있는, 우리와 비슷한 캐릭터들로 설정됐다. ⓒ넷플릭스
▲헌트릭스 멤버들은 평소엔 다소 결핍이 있는, 우리와 비슷한 캐릭터들로 설정됐다. ⓒ넷플릭스 

해외에서도 이러한 반응들이 감지된다. 미국 '포커스 온 더 패밀리(Focus on the Family)'에서 운영하는 미디어 리뷰 '플러그드 인(Plugged In)'은 주인공 루미의 내적 갈등에 대해 '죄의 유혹으로부터 해방을 향한 싸움'으로 비유하고, 이것이 성경적 회개와 유사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혼문'이라는 보호막도 마귀를 대적하기 위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떠올린다.

또 영화의 선악 구도에 대해 '진리를 드러내기 위한 투쟁(exposing sins ... in order to heal)', '죄와 결점을 드러내 치유하다(exposing sins and flaws to heal)' 등으로 풀어내고 있다.

기독교 영화 리뷰 및 추천 매체 '무비가이드(Movieguide)'도 이 영화에 대해 "도덕적이고, 거의 성경적인 세계관(Moral, almost Biblical worldview)"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속 악의 세력 '귀마'는 '거짓말하고 속이는 존재(lies and deceives)'이고, 등장인물들을 '부끄러움과 정죄(shame and condemnation)'로 조종하는 모습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탄과 영적 전쟁의 속성과 비슷하다는 것.

귀마가 '진우'를 '머릿속에 들리는 생각(his voice in their heads)'으로 계속해서 괴롭힌다는 설정도 평소 기독교인들의 경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루미'가 '수치의 결박(bondage of shame)'을 깨고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 멤버들과 다시 힘을 합치는 모습도 '자유, 용서, 그리고 구속(redemption)'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헌트릭스의 무대 모습. ⓒ넷플릭스
▲헌트릭스의 무대 모습. ⓒ넷플릭스 

노랫말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유추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케데헌> OST 작곡에 참여한 작곡가 이재(EJAE)는 한 인터뷰에서 삽입곡 '유어 아이돌(Your Idol)'에 대해 "아이돌이라는 말 자체가 집착 대상을 의미하는데, 저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우상 숭배는 죄'라고 배웠다"며 "그래서 '내가 너의 아이돌이 되어 줄게'라는 식의 반전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대표곡 '골든(Golden)'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원체 사나웠던 탓에 문제아라고 불렸었지(Called a problem child 'cause I got too wild)/ 하지만 그게 날 여기까지 데리고 왔어, 끝없이 무대 위로(But now that's how I'm getting paid, 끝없이 on stage)// 숨는 건 끝이야, 난 이제 빛나고 있어, 내가 태어날 적부터 그랬듯이(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우리는 간절하게 꿈을 꿨고, 무척 멀리까지 왔어, 이제 난 믿어(We dreamin' hard, we came so far, now I believe)// 우리는 계속 올라가, 지금이 우리의 순간이야(We're goin' up, up, up, it's our moment)/ 우리는 함께할 때 찬란히 빛나(You know together we're glowing)/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Gonna be, gonna be golden)".

귀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진우와 악령의 피를 숨겨야만 하는 루미가 함께 부르는 'Free' 노랫말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왜 너에게 털어놓을수록 옳다는 느낌이 들까(Why does it feel right every time I let you in)?/ 왜 너에겐 뭐든 말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까(Why does it feel like I can tell you anything)?/ 날 사슬처럼 죄여오는 모든 비밀들과(All the secrets that keep me in chains and)/ 날 위험하게 만드는 모든 상처들(All the damage that might make me dangerous)// 숨으려 했지만 뭔가가 깨지고 말았어(I tried to hide, but something broke)/ 난 노래할 수 없었지만, 네가 내게 희망을 줬어(I couldn't sing, but you give me hope)/ 마주하지 않으면 결코 고칠 수 없어(We can't fix it if we never face it)/ 과거는 과거에 내려놓고 가벼워져봐(Let the past be the past 'til it's weightless)".

▲홍광수 목사의 책 <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
▲홍광수 목사의 책 <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 

해석은 자유이나, 억측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기독교적 해석'이 다소 무리하다는 경계도 있었다(여기서부터는 다소 스포일러가 있음. -편집자 주). <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 저자인 홍광수 목사(함께지어져가는교회)는 "해석이란 주관적 영역이지만, 다루는 소재 자체가 기독교와 너무 거리가 멀다면 과연 기독교적 주제로 볼 수 있을까"라며 "기독교적 관점으로 쓴 글을 몇 개 봤는데, 굉장히 동의하기 어렵고 과잉 해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홍광수 목사는 "반복되는 대사 등으로 살펴본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혐오와 배제'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라고 할까"라며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귀마가 됐다고 하고, 여자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 자체가 악귀였다고 한다. 상반되는 두 관점이 충돌하다, 결국 마지막에 태어날 때부터 악귀였지만 사람들을 지키려는 행위를 통해 그것이 아님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무기를 들고 악귀를 무찌르고 있는 헌트릭스 멤버들. ⓒ넷플릭스
▲무기를 들고 악귀를 무찌르고 있는 헌트릭스 멤버들. ⓒ넷플릭스 

홍 목사는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태어났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자기 성장 서사로도 볼 수 있다. 인종이나 성별 등이 아닌, 결국 행동으로 자신이 규정된다는 이야기"라며 "주인공의 자기 희생도 없고, 온몸의 '악귀 표식'에도 불구하고 나대로 살겠다는 서사에 기독교적 가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보편적 주제와 가치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기독교적 주제라고 말할 순 있을까.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사랑과 평화'는 보편적 주제다. 성경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사랑과 평화가 나온다 해서 무조건 성경과 연관짓는 것은 지나치게 풍유적 해석으로 느껴진다. '정의'에 대한 것이라면 오히려 최근 종영한 박보검 배우 주연의 jtbc <굿보이>가 오히려 기독교적 드라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광수 목사는 "소재나 등장인물, 맥락 등을 다 봐야지, 전반적으로 긍정적 메시지라 해서 기독교와 매칭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케데헌>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메가 히트작이라 해서, 기독교적 해석을 하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3쇄를 찍으며 기독교 베스트셀러에 오른 트렌드 분석서 『5無 교회가 온다』 저자 황인권 대표(파르품 삼각)도 "<케데헌>은 철저히 상업적 기획"이라며 기독교적 영화라는 시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본지에서 영화 등 콘텐츠들을 비평하고 있는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도 "기본적으로 기독교 콘텐츠가 아닐 경우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한강을 가르는 청담대교 지하철 위에서 악귀를 무찌르는 모습. ⓒ넷플릭스
▲헌트릭스 멤버들이 한강을 가르는 청담대교 지하철 위에서 악귀를 무찌르는 모습. ⓒ넷플릭스 

홍 목사는 "소재가 기독교적이지 않지만 주제가 기독교적인 작품"으로는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나니아 연대기>에는 기독교적 상징이 많이 들어가 있다. 작가가 직접 그렇게 해설하기도 했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할 뿐 아니라,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이나 부활, 정의 등이 다 들어가 있다"며 "예수와 십자가 등 겉으로 드러나는 기독교적 내용은 없지만, 상징적 소재들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나 이야기를 잘 전한 작품"이라고 했다.

'기독교적 영화'에 대한 논의는 <케데헌>보다 훨씬 먼저 한국 콘텐츠로서 전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졌다. 본지와 과거 인터뷰한 바 있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홍익대)가 구독자 수 15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셜록현준'에서 <오징어 게임 3>가 '주인공의 희생'으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 '기독교적'이라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

▲(왼쪽부터) <오징어 게임 3>에서 태어난 갓난아기를 지키려는 어머니 금자와 김준희. ⓒ넷플릭스
▲(왼쪽부터) <오징어 게임 3>에서 태어난 갓난아기를 지키려는 어머니 금자와 김준희. ⓒ넷플릭스 

이에 대해서도 홍광수 목사는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시리즈 1-3 전체 캐릭터 서사를 다 봐야 한다고 본다. (갓난아기 대신 죽음을 택한) 마지막 부분만 보고 희생 서사와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성기훈은 이전 '숨바꼭질 게임'에서 강대호(강하늘)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그에게 너무 집착하다 결국 그를 죽이기까지 한 인물"이라고 상기시켰다.

홍 목사는 "차라리 숨바꼭질 게임 당시 갓난아기를 낳은 여성 김준희(조유리)을 살리려 아들 박용식(양동근)을 희생시킨 어머니 금자(강애심)가 차라리 '희생 서사'에 더 가까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들 팔을 붙잡고 자신을 찌르게 했다면 더 '희생 서사'였을 것"이라며 "더구나 아들을 찔렀던 어머니가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렸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 2-3은 주제의식에 매몰돼 캐릭터성이 무너지고 서사 배치가 소모된 느낌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은 기독교적 희생보다는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진정한 공동체는 단순히 혈연이 아니라 희생을 통해 이어진다는 내용"이라며 "탈북민 출신 노을(박규영)이 다른 동료들을 다 희생시켜서라도 놀이공원에서 봤던 경석(이진욱)을 끝까지 살려 딸에게 돌려보낸다든지, 실제 형제 관계였던 프론트맨(이병헌)이 준호(위하준)를 형제로서 끝내 조우하지 못하고 갓난아기를 보내 새로운 가족을 탄생시키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민화에서 차용한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전하는 편지를 받고 있는 루미. ⓒ넷플릭스
▲민화에서 차용한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전하는 편지를 받고 있는 루미.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