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목사는 지난달부터 호흡기 합병증으로 입원해왔으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주님께서 월요일(14일)에 그의 사역을 마무리하게 하셨다”며 슬픔과 소망을 함께 전했다. 사진, Grace to you
맥아더 목사는 지난달부터 호흡기 합병증으로 입원해왔으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주님께서 월요일(14일)에 그의 사역을 마무리하게 하셨다”며 슬픔과 소망을 함께 전했다. 사진, Grace to you

존 맥아더 목사, 86세로 소천...

'설교로 성경의 권위를 지켜낸 시대의 강단'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 56년 섬김, 리폼드 신학 수호자

'Grace to You' 전 세계 송출... 400여 권 저서로 후학 양성

미국 로스앤젤레스 선밸리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Grace Community Church)를 56년간 이끌어 온 존 맥아더(John MacArthur) 목사가 폐렴 치료 중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그의 미디어 사역 단체 'Grace to You'는 "사랑하는 목사이자 교사가 구주 앞에 나아갔다. 오늘 밤, 그의 믿음은 눈으로 확인하는 현실이 됐다"는 공식 입장을 내며 성도들과 애도했다. 맥아더 목사는 지난달부터 호흡기 합병증으로 입원해왔으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교회 장로회는 "예상치 못한 폐렴 감염이 있었고, 주님께서 월요일(14일)에 그의 사역을 마무리하게 하셨다"며 슬픔과 소망을 함께 전했다. 1939년 6월 19일 LA 세인트빈센트병원에서 태어난 그는 침례교 목사였던 부친 잭 맥아더의 영향 아래 성장했다.

밥존스대와 LA퍼시픽칼리지를 거쳐 1969년 선밸리의 작은 교회 강단에 섰을 때 주일 예배 참석자는 700여 명에 불과했지만, 그의 강해 설교가 알려지면서 예배당은 3,500석 규모의 '두 번 꽉 찬' 회중으로 확대됐다. 맥아더 목사의 강점은 본문을 한 절씩 해석하며 원어·문맥·신학을 동시에 풀어내는 '강해 설교'다. 그는 "말씀은 오류가 없다"는 성경무오(inerrancy)를 일관되게 설파했고, 현대적 접근 대신 초대교회 전통에 뿌리 내린 개혁주의 신학을 고수했다.

그의 대표 저서 <맥아더 스터디바이블>을 포함해 400여 권이 24개 언어로 번역되며 학자·목회자·평신도에게 폭넓게 읽혔다. 1985년에는 더마스터스칼리지를 맡아 '더마스터스대학교'로 성장시켰고, 이듬해 캠퍼스 옆에 신학교를 세워 전 세계 100여 개국 출신 4,000여 명의 목회자를 길러냈다. 그는 강단뿐 아니라 강의실에서도 "교회는 세상의 유행이 아닌 진리를 붙드는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Grace to You' 라디오 프로그램은 1977년 미국 서부 지역방송으로 출발해 현재 45개국에서 위성·팟캐스트·유튜브로 송출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그는 "예배는 교회의 생명"이라며 실내예배 금지 명령을 거부했고, 주 정부와의 소송 끝에 종교자유 침해 배상금 80만 달러를 받아냈다. 공개적 발언도 직설적이었다. 오순절·은사주의 운동을 "성경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했고, 여성 목사 안수 반대·동성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보수 복음주의의 enfant terrible"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그는 "사랑은 진리 위에 세워질 때만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동료 지도자들의 추모가 잇따랐다.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미국이 배출한 위대한 성경 교사"라며 그가 한 절에서 끌어낸 깊이를 기렸고, 신학자 오웬 스트래천은 "믿음의 사자"라 표현하며 유족과 교회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개인적으로는 60여 년 반려자인 패트리샤와 4남매, 15명의 손주, 9명의 증손주를 남겼다. 맥아더 목사는 생전에 "나는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복음이 달리는 경주는 끝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의 서재 책상 위에는 여전히 잉크 펜과 필기용 원고지가 놓여 있다.

생전에 컴퓨터 대신 손글씨를 고집했던 그는 "단 한 줄이라도 더 오래 묵상하며 쓸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56년간 이어진 단단한 강단과 셀 수 없는 설교 원고, 그리고 세계 곳곳을 살린 제자들이 그의 유산이다. 그가 일관되게 외친 "말씀으로 돌아가라"는 한마디는 남은 교회와 사역자들에게 여전히 현재형 명령문으로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