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질서 지키며 진행하는 활동까지 막아선 안 돼
57년간 대북 풍선으로 전쟁 유발 사례 찾기 힘들어
인권단체들, 접경 주민의 안위 가벼이 여기지 않아"

이재명 정부 들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 정권이 외부 정보 유입을 극도로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전단은 주민들에게 진실과 자유를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주민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인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제25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으로,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라는 명분 아래 무분별하게 제한되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유관 부처에 강력한 단속과 사후처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 경찰청,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은 각종 법률을 동원해 우회적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2일 대북전단 살포 규제를 위한 사전신고 의무화와 경찰의 현장 조치 등을 담은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및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 신고 대상으로 명시하고, 공공 안녕질서를 해칠 경우 금지 통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경고, 제지, 해산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법안은 여당 의원 40여 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항공안전법(2kg 이상 풍선 기구는 사전 허가 필요) ▲고압가스안전관리법(헬륨가스 사용 시 규제 대상) ▲재난안전관리법(지자체장의 위험구역 설정 권한)을 근거로 풍선, 헬륨, 페트병 등을 활용한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형사적 제재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27일에는 미국인 남성 6명이 인천 강화군에서 쌀과 성경, 1달러 지폐 등을 담은 1,300여 개의 페트병을 북한 해역으로 흘려보내려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이를 종교적 목적의 인도주의 활동이라 주장했지만, 강화군은 해당 지역을 재난안전관리법에 따라 위험구역으로 지정한 상태였고, 경찰은 즉시 이들을 연행했다. 이들은 이후 석방됐지만, 이 사건은 정부의 대북전단 관련 강경한 대응 기조를 보여 줬다.

▲파주시는 자치법규로는 처음으로 접경지역 내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단속·제재가 가능하도록 구체적 지침을 담은 ‘파주시 대북 전단 살포 행위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사진은 파주시청 모습. ⓒ파주시청
▲파주시는 자치법규로는 처음으로 접경지역 내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단속·제재가 가능하도록 구체적 지침을 담은 '파주시 대북 전단 살포 행위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사진은 파주시청 모습. ⓒ파주시청 

파주시를 비롯한 접경지역 지자체들도 관련 행정지도 및 제재 지침을 마련 중이다. 특히 파주시는 자치법규로는 처음으로 접경지역 내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단속·제재가 가능하도록 구체적 지침을 담은 '파주시 대북 전단 살포 행위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대북전단 살포 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기소가 이뤄질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대북 인권·정보유입 활동을 이어온 북한인권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민복 북한통일운동국민연합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말도 맞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우선돼야 한다"며 "법과 질서를 지키며 진행하는 대북전단 활동까지 막는 것은 독재국가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은 통치자들끼리 협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의 변화와 각성 없이 통일은 없다"며 "인터넷도 차단된 북한에 진실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풍선뿐이다. 대북전단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선교이자 통일운동"이라고 밝혔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대표는 "대북풍선을 보내는 이들 중 대한민국이나 접경 주민의 안전을 가볍게 여기거나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지난 57년간 대북풍선으로 인해 전쟁이 유발된 사례는 없다. 입법하는 이들과 경찰, 풍선을 보내는 이들 모두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입장만을 생각하지 말고, 남북한의 모든 국민들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북전단 관련 단체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통일부가 간담회를 갖겠다고 해도 나는 참석하지 않는다"며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는 이미 무혐의가 나왔다. 이제 다른 법률을 통해 대북전단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좌파 정권의 꼼수다.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우리는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