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장 이창민 목사
미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장 이창민 목사

1928년,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에서 태어난 클래런스(Clarence)는 오하이오 주립대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그는 당시 미군 사령관 비서로 있던 캐럴린(Caroline)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미국으로 돌아와서 부대 안에 있는 작은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군에서 나온 클래런스는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심장 전문의로 자리를 잡았고, 캐럴린은 그 지역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가 은퇴했습니다. 클래런스와 캐럴린 부부는 오클라호마 털사의 유서 깊은 교회인 ‘보스턴 에비뉴 연합감리교회(Boston Avenue United Methodist Church)’에서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다음 세대 목회자를 위한 장학기금을 기부하여 오클라호마 지역의 목회자 양성을 도왔습니다.

이들 부부는 여행을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세계 곳곳을 다녔지만, 그중에서도 유럽과 하와이를 즐겨 찾았습니다. 하와이에 여행을 갔을 때, 그곳에 있는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신앙적으로 유익한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이들 부부는 연합감리교 ‘하와이 지방(Hawaii District)'에 장학금을 기부해서 매년 세계적인 신학자와 교수, 저명한 목회자를 초청해서 강의를 들을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해마다 2월 중순에 연합감리교회 하와이 지방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를 이들 부부의 이름을 따서 ‘브릿 렉쳐(Britt Lecture)’라고 부릅니다. 저도 하와이에 있을 때, 여러 번 이 강좌에 참석했습니다. 처음 그 강좌에 간 것은 제가 다니던 교회 성가대가 행사에 초대를 받았을 때였습니다. 이웃에 있는 미국 교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서 찬양한다고 해서 멋모르고 가서 찬양하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에 목회할 때는 해마다 열리는 ‘브릿 렉쳐’에 참석해서 하와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적인 신학자와 교수, 저명한 목회자들로부터 배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브릿 렉쳐’에 참석할 때마다 아쉬운 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런 강의가 한국어로 진행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고, 또 하나는 하와이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사는 로스앤젤레스 주변에서는 유명한 강좌가 많이 열립니다. 하지만, 대부분 세상적인 강의이고, 그나마 교회에서 열리더라도 간증이나 찬양 집회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몇 년 전에 교회 창립 115주년을 맞아 ‘미주 이민 사회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역사 포럼을 개최했지만, 일회성에 그쳤습니다.

그런 필요에 공감한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저명한 신학자인 강남순 교수를 초청해서 한국어로 평신도와 목회자들을 위한 신학 강좌를 마련했습니다. 특별히 이번 행사는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이 한인들이 많이 있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웨스트 LA로 캠퍼스를 이전하면서 한인연합감리교회를 섬기기 위해 마련한 특별행사입니다.

이번 ‘2025 한인연합감리교회 강좌’의 강사인 강남순 교수는 한국의 감리교 신학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를 거쳐 현재는 ‘텍사스 크리스천대학(Texas Christian University) 브라이트 신학대학원(Brite Divinity School)’에서 신학과 종교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학교에서 우수 강의 교수로 여러 차례 선정되었고, 경계를 뛰어넘는 글쓰기를 통해 낸 여러 저서는 읽는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고, 신문에 내는 칼럼은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도록 돕고 있습니다.

신학에는 평신도와 성직자의 구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신학은 하나님에 관한 학문이지만, 그 학문을 하는 현장은 인간이 사는 세계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하나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인 신학 강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마음과 이성, 신앙과 지식의 성장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신학 강좌는 4월 5일 토요일 오전과 오후에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21세기,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두 개의 강연으로 여러분을 만나려고 합니다.

이번 ‘평신도 신학 강좌’를 통해 함께 평신도가 사역의 대상에서 주체로 변하고, 신학적 사고를 통해 삶 속에서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터득하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을 이 귀한 행사에 초대합니다.